코스닥시장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올 들어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 신용도가 낮아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일종의 사모 형태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편법을 동원해 증자를 실시하고 증자 후 주가가 오른 틈을 타 보유 주식을 내다판다는 점이다.

주가 보호를 위해 증자 대상자로 하여금 일정기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하는 보호예수 조항도 없어 결과적으로 일반투자자들만 골탕을 먹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증자가 이뤄진 후 주가가 단기간 오른 틈을 타 차익을 남기고 빠지는 대주주도 있다.

증시를 통한 기업의 건전한 자금 조달 수단이 돼야 할 유상증자가 대주주와 특정 세력의 머니게임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보호예수 조항 없어

1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코스닥시장의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모두 249건(공시 기준)으로 전년 동기(154건)에 비해 61.7% 급증했다. 특히 3자 배정 증자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 8732억원에 머물렀으나 올 들어 7월 말까지는 무려 2조7009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 3자 배정 증자의 경우 대부분 보호예수 조항이 없다. 일반적으로 3자 배정 증자 물량은 시가보다 10% 이상 할인된 가격에 발행되는 데다 보호예수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 신주가 상장되자마자 곧바로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 증자 과정에서 주가가 오른 사이 3자 배정자들이 대거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가 주가를 뒤흔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얼마 전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대규모 3자 배정 증자를 결의한 코스닥 E사의 경우 회사 측에서 증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호재성 공시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탔다.

3자 배정 참여자들은 발행가의 2배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팔았고,이 과정에서 주가가 다시 하락해 회사 측을 믿고 장내에서 주식을 샀던 일반투자자들만 손실을 떠안게 됐다.

증자 대행 업무를 맡았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3자 배정 참여자 중 상당수가 대주주의 지인이거나 해당 기업 자문 변호사,회계사,유명 연예인인 경우도 있다"며 "3자 배정에만 전문적으로 참여해 차익을 남기는 투자꾼도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예수가 없는 3자 배정 증자의 경우 일반주주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주가가 하락하면 일반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감독당국의 엄격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편법 증자 사례도 적지 않아

3자 배정 증자 기업의 상당수는 사채업자와 짜고 편법으로 증자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K사의 경우 최근 수백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3자 배정자 명단에 큰손 사채업자의 차명을 끼워 발표하고,실제로는 이들로부터 월 10%의 고리 자금을 차입해 주금을 대신 납입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건물과 어음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K사는 증자 후 주가 상승을 유도해 증자 주식을 팔아 사채업자 돈을 갚았다. K사 대주주는 증자 성공으로 주가가 오른 틈을 타 지분을 처분했다. 일종의 가장 주금 납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내용이 불투명해 흔히 '껍데기'로 불리는 회사들의 경우 대부분 이와 비슷한 방식을 통해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유상증자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리 사채자금을 끌어다 쓴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광진/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