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수출 감소,소비·투자 위축 등을 예상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그룹장은 "내년 성장률이 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망치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현재는 충격이 금융 변수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내년에는 실물경제에도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조기 수습되지 않을 경우 내년 경제의 최대 악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가를 선제적인 신호로 본다면 경제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부동산시장과 증권시장에 많이 들어갔다"며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 원·엔 환율 상승으로 엔화 대출이 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원금,이자 상환액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심리적인 영향으로 주식,부동산 시장 등 자산 시장이 폭락할 경우가 큰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이 많기 때문에 소비에는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상반기 투자 호조는 중소기업,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이 분야로 금융권 자금이 들어갔다"며 "앞으로 이런 투자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기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도 걱정된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최악의 상황은 글로벌 유동성 문제로 미국 경제가 나빠지고 이것이 세계 경제 둔화로 이어져 한국의 수출에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눈에 띄는 성장세는 수출밖에 없는 상황에서 타격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높아진 개발도상국들도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아직 실물경제에 파급된 것은 없다며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이찬우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정부가 그동안 밝혔던 올해 '상저하고'의 경기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아직까지 서브프라임 문제가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재천 한국은행 조사국장도 "미국 경제가 갑자기 추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우리나라 수출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형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