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수령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보험사 직원이 보험금을 덜 받는 것을 전제로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하더라도 이를 기망행위(사기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0년 10월 D보험사와 부부형 보험계약을 체결한 정모씨는 2년 뒤인 2003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교통사고로 장애 상태가 된 경우 활동보상자금을,사망 시 사망보험금을 지급받는 보험 약관에 따라 정씨의 아내 진모씨는 활동보상자금을 보험사에 청구했다.

보험사는 심사 과정에서 정씨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는 등의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것을 알고 진씨에게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더 이상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해 주면 장애보험금만이라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진씨는 그 말에 따라 확약서를 써주고 2억2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2개월 뒤 정씨가 숨지자 유족들은 보험사 직원이 속여 사망보험금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고 이에 D사는 유족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19일 D사 직원이 기망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뚜렷한 사기 의사에 의해 계약이 성립됐음을 회사가 증명하는 경우' 5년 이내 계약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증명 여부에 따라 보험계약이 취소될 수도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담당 직원이 진씨에게 확약서를 받도록 했다 하더라도 속이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