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한 이론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금융 위기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남긴 금융 위기설이 최근 시장 상황을 이해하려는 세계 금융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6년 77세로 사망한 민스키는 불확실한 자산의 손실이 전체 자산 가치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금융불안정성 이론'을 발전시켰다.

경제 상황이 양호할 때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에 나선다.

문제는 이 시기가 길어질수록 리스크도 커지고 결국 투자한 자산에서 거두는 수입이 투자를 위해 빌렸던 돈을 갚기에 부족해진다는 것.부채가 너무 커지면 금융조건에 약간의 변화만 생겨도 대출자가 상환 압력을 받게 된다.

이 경우 불확실한 자산의 대출을 갚기 위해 비교적 괜찮은 자산까지 매각해야 하고 그 결과 막대한 현금 수요가 발생한다.

이 때가 바로 '민스키 모멘트'다.

이처럼 부채상환의 위험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경제가 본래 가진 취약성 때문이라고 민스키는 생각했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시카고대학을 졸업했지만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믿는 '시카고 경제학파'와는 거리를 둔 셈이다.

그의 금융 위기 이론은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로부터 다소 급진적으로 여겨졌고 많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최근 다시 조명받고 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는 경제학자와 투자전문가들이 그의 위기 가설에서 해답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CLSA 그룹의 홍콩지역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토퍼 우드는 최근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투입은 '민스키 모멘트'를 지연시킬 뿐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실패를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민스키의 이론이 관심을 끌자 그가 생애 마지막 6년을 몸담았던 뉴욕주 바드대학의 리비 경제학연구소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다룬 민스키의 저서 2권을 재인쇄하기로 했다.

김유미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