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연기는 12월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열리는 10월 초는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이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이미 한 달 보름여 대선행보를 통해 나름의 입지를 다지는 상황이고 범여권의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종반전으로 치닫는 민감한 때다.

정상회담이 대선정국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임을 예고한다.

회담 연기가 안겨줄 정치적 유불리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대체로 범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다수론이다.

무엇보다 남북문제는 햇볕정책을 주도해온 범여권이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로 이를 대선전 막판까지 끌고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민심이반에 속수무책이었던 범여권이 대선정국의 한복판에서 모처럼 '평화이슈'를 선점,위기 탈출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북한이 기회 있을때마다 "한나라당의 집권은 재앙"이라며 대립각을 세워 왔다는 점에서 회담 결과가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회담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한나라당이 독주하는 현 대선구도에도 일정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범여권의 경선전이 직접 영향권에 들게 됐다.

9월15일 시작해 10월14일 끝나는 범여권 후보 경선 일정상 정상회담은 막판 경선에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

범여권 주변에서는 정상회담 추진에 깊숙이 개입,대북 이슈를 선점한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범여권에 절대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회담 시점이 대선에 임박해지면서 정상회담 자체가 정쟁과 국론 분열 속에 이뤄질 소지가 없지 않은 만큼 대선 파괴력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19일 회담 연기에 대해 "수해가 이유라고 하지만 석연치 않다"며 "대선용 정상회담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회담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범여권에 되레 역풍이 불 소지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한나라당에 유리해 질 수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