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발 금융위기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재할인율 인하로 진정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까지 파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앙은행을 일깨우는 모닝 콜로 이들이 적절하게 대처할 경우 증시는 건강한 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스티븐 로치(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2000년 증시 거품에 이어 올해는 신용 거품이 붕괴돼 세계 금융시장이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두 번의 경우 모두 중앙은행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인플레이션을 잘 억제해왔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은 시장에 돈을 넉넉히 공급해 주었다.

이것이 주식에서 주택,신용 거품으로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금융정책 당국자들은 이제 새로운 일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을 짤 때 자산시장의 상황을 분명하게 고려해야 한다.

자산시장과 실물경제 간의 상호작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엄청난 정책 실패를 초래하게 된다.

그렇다고 중앙은행들이 자산시장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소비자물가지수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고 자산가치가 극단적 수준으로 오르는 것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의 금융 위기는 중앙은행들을 잠에서 깨우는 웨이크업콜과 같다.

중앙은행의 정책운용이 늦기 전에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워런 버핏(벅셔해서웨이 회장)

자산담보부증권(CDO)을 포함하는 투자자산의 정확한 시장가치를 공개한다고 하는 투자기관들도 실은 거짓 보고를 하고 있다.

이들은 실제 가격에 기반해 손익을 평가(mark to market)한다기보다 어떤 평가모델을 정해놓고 가치를 매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채권시장의 혼란으로 인해 손익상황을 일부러 꾸며내는 사례(mark to myth)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투자기관 중 상당수는 이미 차입을 과도하게 했기 때문에 시장 가격에 기초하느냐,평가모델에 근거하느냐에 따라 자산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펀드가 건전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파산지경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장가격에 기초한 손익 평가보다 내 나름의 평가모델을 적용하는 것을 중시한다.


◆짐 로저스(로저스 원자재 지수 창시자)

이번 사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신용 버블 사건이다.

거품이 끓어오를수록 이머징 마켓과 차입인수 시장으로도 확산된다.

이 거품은 반년, 심지어는 1년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다.

역사적으로 한 산업이 서브프라임 부실 같은 사태를 맞게 되면 대기업 2~3개는 파산하고 업종 내 기업들도 대부분 수년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주택건설업에선 이 정도 부실이 표면화된 적이 없어서 바닥까지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수면 위로 떠오를 손실이 상당하고 그 대부분은 향후 몇 주,몇 달 안에 드러나지도 않을 것이다.

통상 2년에 한 번꼴로 시장은 10% 정도 조정을 겪는다.

그런데 최근 5년간 증시는 10%까지 조정받은 적이 없었다.

지금이 그런 조정이 시작되는 시점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증시의 조정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령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증시가 조금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에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조정이 이어지고 (신용관련)시스템이 개선된다면 시장은 물론 투자자와 세계 경제 전체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본다.

만약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시장은 더 혼란해질 수 있다.

달러화 가치,인플레이션 등은 어떻게 되겠는가.


◆에이미 브링클리(뱅크 오브 아메리카 위험관리 최고 책임자)

서브프라임발 조정이 찾아올 것이라고 모두들 예상했다.

증시 등의 변동성과 단기 유동성에 미친 여파가 컸기 때문에 조금은 놀라웠을 따름이다.

최근 5년간 금융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외국 투자자,헤지펀드,사모펀드 등 새로운 시장 참가자들이 생겨났다.

더욱 복잡한 구조를 지닌 투자상품들이 많이 개발돼 시장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기 어렵게 됐다.

이런 변화가 리스크를 잘게 나눌 수 있도록 했지만 동시에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특히 차입매수 규모가 급증한 게 가장 큰 문제다. 무려 2370억달러로 불어났다. 시장에서 언젠가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 문제가 해소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린다.

그래서 서브프라임 이슈는 2008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건전한 조정이라고 본다.

실물경제에는 침체를 알리는 징조가 없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강력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도 건강하다.

실업률도 4.6%로 낮다.

개인소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 재무구조도 아주 건전하다.

서브프라임 여진이 계속 되더라도 증시 조정을 크게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