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만 방송을 본다구?"

TU미디어는 2005년 위성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을 선보이며 '테이크아웃TV'라는 화두를 던졌다.

거실이나 안방이 아닌 곳에서도 TV를 가지고 다니며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DMB를 보려면 전용 단말기가 필요하고 볼 수 있는 채널도 제한적이다.

슬링박스,로케이션프리로 대변되는 디지털미디어어댑터(DMA) 장치들은 또 다른 의미의 '테이크아웃TV'를 구현한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이라면 컴퓨터나 휴대폰을 이용해 집에서 보던 TV의 수십개 채널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유학 중에서도 집에 장치를 설치하면 이국만리 타지에서도 안방에서 보던 케이블TV 프로그램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집안의 거실이나 안방에서 보던 TV를 전세계 어느 곳으로도 자유롭게 옮겨 즐기는 방송 서비스 '장소이동(플레이스 시프팅)' 시대를 연 주역이다.

◆방송 공간이동 시대

소니의 '로케이션프리'가 국내에 출시됐으며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슬링미디어의 '슬링박스'도 최근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국내 벤처기업인 유팸TV 등도 관련 제품을 준비 중이다.

방송 서비스의 국경 개념을 무색케 하는 장치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방송 규제권과 저작권에 대한 논란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슬링박스,로케이션프리 등의 장치는 인터넷을 통해 TV 신호를 외부로 전송해주는 매개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디지털미디어어댑터(DMA)로 불린다.

집에 장치를 설치하면 TV신호를 인터넷으로 외부에 전송해 직장이나 여행지 출장지에서도 안방처럼 TV를 시청할 수 있다.

컴퓨터만 이용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PDA,휴대폰,PMP,디지털카메라가 있다면 언제든 가능하다.

실제로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인 허치슨은 올초 슬링미디어와 손잡고 집안의 TV를 휴대폰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휴대폰에 사용하는 무선인터넷플랫폼 위피(WIPI) 기반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개발 중이다.

디지털미디어어댑터를 이용하면 ID를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방송을 공유할 수도 있다.

현행 방송 규제권이나 저작권 개념으로는 접근이 곤란해 향후 논란 소지도 안고 있다.

최근 애플은 PC에 있는 동영상,사진 등을 TV로 전송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유형의 디지털미디어어댑터인 '애플TV'를 선보이기도 했다.

◆디지털미디어어댑터로 UCC도 즐긴다

슬링미디어는 '슬링박스'라는 하드웨어 판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는 9월 '클립앤슬링'이라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서비스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슬링박스로 TV를 시청하다가도 버튼 클릭만으로 영상을 발췌해 인터넷 서비스 사이트로 전송할 수 있는 방식이다.

동영상 제작을 손쉽게 도울 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 UCC 제작을 알리는 기능까지 추가했다.

슬링미디어는 이를 위해 CBS와도 제휴했다.

방송콘텐츠를 합법적으로 발췌할 수 있게 하고 대신 광고 등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방송사와 나눠 갖는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향후 사용자제작콘텐츠 이용 기반이 더 확대될 수 있는 계기다.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UCC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 서비스 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UCC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디지털미디어어댑터업체들은 향후 TV,셋톱박스,가정용게임기에 어댑터 기능을 내장해 출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용익 엔에스텍 사장은 "슬링박스는 향후 인터넷TV를 비롯 UCC 기반 서비스 등과 접목될 수 있다"며 "거실에 있는 TV를 확장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방송이나 콘텐츠 서비스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