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가시화됐다.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천명해온 국민은행 하나금융 농협 국민연금 등 인수희망자들은 물론 금융감독당국까지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에서의 영업확대를 꾀하는 HSBC와 세계 2위 은행의 명성을 빌려 한국 탈출을 노리는 론스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는 만큼 결국 '감독당국의 승인'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HSBC,고용보장까지 언급

HSBC는 20일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공표하면서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행명과 상장을 유지하고 고용보장도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HSBC가 뉴욕 런던 파리 홍콩 등에 동시 상장돼 있는 글로벌 금융그룹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강력한 인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 공시 의무를 가진 글로벌 은행인 경우 발표하는 단어 하나에도 극도로 신중을 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표는 협상이 크게 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계약에도 상당한 자신감이 있다는 점을 내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황하는 경쟁 은행들

HSBC와 론스타 간 외환은행 인수 협상이 급물살을 탐에 따라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천명해온 국민은행 하나금융 농협 국민연금 등은 바짝 긴장한 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외환은행 인수후보로 떠올랐지만 비금융주력자로 인식돼 낙마한 DBS(싱가포르개발은행)와는 달리,HSBC가 세계 2위 은행으로 세계적인 역량과 명성을 갖춘 후보라는 점에 당혹해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에 대한 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 움직임을 자제해 왔는데,법원판결 전 HSBC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맺는다면 자칫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며 "HSBC의 인수협상이 공식화된 만큼 국내 인수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위 "법원 판결 이후"

HSBC로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맺는다고 해도 '감독 당국의 승인'이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HSBC가 "감독 당국의 승인을 얻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그만큼 승인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HSBC에 대한 승인 여부는 (외환은행의 불법매각과 관련된) 법원의 재판 진행 상황과 인수자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재판결과가 나온 뒤 결정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인 셈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