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泳根 <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공학 >

지난달 미국의 군사 전문지 디펜스뉴스는 세계 100대 군수기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2개 기업이 100위 안에 들었다.

한국의 방위산업도 전후방 산업발전을 통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40여년 동안 한국의 방위산업 능력은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방위산업은 정부의 과보호로 비경쟁적 시장구조를 지니고 있다.

또한 임계 규모 이상의 생산량이 보장되지 않아 적정 가동률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한편 이제 출범한 지 10여년밖에 안된 국내 우주산업은 더욱더 열악한 현실에 놓여 있다.

현재의 국가 우주개발 예산투자만으로는 우주산업이 활성화되는 데 한계가 있다.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주산업은 크게는 방위산업의 한 부분에 속한다.

우주기술은 대표적인 민군겸용기술이기 때문이다.

우주기술과 방위산업(군수)기술은 정밀성이나 이용 환경 측면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지닌다.

우주기술은 군수기술보다 한 단계 높은 요구조건을 갖는다.

우주비행체는 일단 발사를 하고 난 후에는 정비나 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장률 '제로'의 신뢰성 기술을 요구한다.

그리고 방사능,고진공 등의 열악한 우주환경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제작에도 특수한 공정이 필요하다.

군용 소자(素子)와 우주용 소자는 가격과 질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해상도 1m의 영상을 제공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아리랑위성 2호에는 다수의 컴퓨터 CPU 칩이 내장돼 있다.

여기에는 놀랍게도 80386 칩을 사용한다.

이미 지상용 컴퓨터에서는 더 이상 생산이 단절된 반도체다.

그러나 4년의 수명기간 동안 열악한 우주환경에 견딜 수 있도록 다양한 시험과 생산 공정을 거친 것이다.

칩 하나 구매에 약 1억원을 지불했다.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은 다른 산업과 차별적 특성을 갖는다.

양 산업은 수요자가 한정돼 있어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며 오직 주문생산에 따라 공급을 한다.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의 육성에는 거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개발비를 회수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우주산업의 투자에 대한 산업적 결과는 2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그만큼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가 주도로 산업육성 정책을 편다.

결국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은 국가전략산업으로서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방위산업은 국가에서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는 정책으로 육성해 왔다.

우주산업은 이미지 또는 첨단산업에 대한 홍보 효과 때문에 오히려 민간기업이 대응자금을 투자하고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국내 우주기술은 어느 정도 발전했으나 가격이나 기술 측면에서 아직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우주개발사업은 국책연구기관 중심의 개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산업경쟁력의 취약성으로 이어진다.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의 인프라로서 민수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국내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우주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술로서 전후방(前後方) 파급효과가 지대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 방위산업체는 우주산업 분야를 하나의 자사(子社)로 소유하고 있다.

세계 1,2위의 방위산업체인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보잉은 세계 최고의 우주산업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100대 방위산업체 중 79위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일부 국내위성 부품의 개발 및 납품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주분야의 매출액이 회사 전체 매출액의 1%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93위를 차지하고 있는 로템은 한때 로켓개발 사업에 참여했으나 국내 우주산업 기반의 취약성 때문에 철수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방위산업체인 한화,대한항공,두원중공업 등이 우주산업에 참여하고 있으나,제한된 부품을 납품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이 전혀 연계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우주산업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의 매출을 유지하는 방위산업체가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통해 상생의 전략을 찾아야 할 때다.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