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5%대 1년 만기 특판예금 인기 높아

금ㆍ특정금전신탁 투자도 고려해 볼만

그동안 펀드 열풍으로 투자 순위에서 밀려나 있던 특판예금과 금 같은 안전 투자 자산들이 주목받고 있다.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고공 행진을 거듭해온 국내외 증시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조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정 단계에 있던 시중 금리와 환율이 최근들어 상승하는 추세여서 시장 참가자들은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택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기에 안전 자산을 대안 투자 상품으로 활용하면서도 국내외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 기조에 있는 만큼 저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라고 조언하고 있다.

◆5% 중반 금리 주는 특판예금 인기

우선 은행들이 판매 중인 특판예금의 매력이 커졌다.

얼마 전까지 특판예금 금리는 5% 초반에 그쳤지만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연 4.75%에서 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금리가 5% 중반으로 올랐다.

하나은행이 판매 중인 특판예금인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은 1년 만기의 경우 5.5%의 금리를 주고 있다.

2년짜리와 3년짜리 금리는 각각 5.6%,5.7%다.

높은 금리 덕에 출시 5일 만에 8300억원을 유치했다.

통장식 양도성 예금증서(CD)에 1000만원 이상 가입하면 5.6~5.7%의 금리를 제공한다.

비과세 생계형 저축 상품인 '부자되는 정기예금'도 100만원 이상 고객에게는 5.4%에서 0.1%포인트 오른 5.5%의 특별금리를 제공한다.

최대 연 5.8%의 금리를 주는 국민은행의 '와인정기예금'은 하루 평균 300억원가량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잔액은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신한은행도 20일부터 기존 정기예금 금리에 0.2~0.3%포인트의 보너스 금리를 더해 5.4% 이상의 이자를 주는 특판예금을 2조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들어 예금에서 펀드로 갈아타는 고객이 사라지고 만기가 돌아온 예금을 찾지 않고 특판예금에 다시 예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과 특정금전신탁에도 관심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구현수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과장은 "지난주부터 금 투자에 대한 문의가 하루 20건 이상으로 늘었고 이번 주엔 3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며 "전통적 비수기인 여름철이어서 금 가격이 저평가돼 있는 데다 환율 상승이 예상돼 하반기 이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판매 중인 금 투자 상품은 금을 통장에 적금처럼 적립할 수 있는 상품과 금에 투자하고 금액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입출금을 할 수 있는 상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객이 자신의 투자 성향을 반영해 국채와 은행채 CD 등 운용 대상을 지정하면 은행이 이를 운용해 수익을 내는 특정금전신탁의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일 은행권 특정금전신탁 수탁액은 65조3380억원(한국은행 집계)으로 7월 말보다 1조2213억원 늘었다.

또한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엔화와 달러화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최철민 하나은행 선릉역지점 PB팀장은 "수출업자나 해외 유학 자녀가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외화가 직접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투자하기에는 환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거액 자산가들이 분리과세 수단으로 투자할 수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과 원금 보장 가능성이 높은 ELF(주가지수연계펀드),복합예금 등도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이 추가 투자 기회

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은 주가가 급락하는 지금이 오히려 투자 호기라고 권고하고 있다.

실제 일부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은 머니마켓펀드(MMF)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과 같은 단기 시장성 상품에 돈을 유치하면서 저가 매수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김성호 하나은행 재테크팀장은 "중장기적으로 세계 증시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가입한 펀드를 환매하지 말고 주가 지수 추이를 보면서 현금을 보유했다가 적정 시점에 분할 매수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아시아 증시의 매력이 크다고 조언하고 있다.

심기천 외환은행 압구정 WM센터 재테크 팀장은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는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해 이머징마켓으로 확산됐다"며 "국내 주식과 아시아 시장은 펀더멘털상 문제가 없어 이 지역을 중심으로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 비중을 5 대 5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 포트폴리오"라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