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시애틀.현지 주택분양업체인 스트리트오브드림스가 최근 이곳에서 개최한 주택박람회 '2007 시애틀 꿈의 거리(Street of Dreams)'는 21년의 역사를 가진 유명 주택 박람회 중 하나다.

이 박람회에는 미국 각지의 건설업체,건축설계사,주택디자이너 등이 참여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내부 구조를 가진 주택을 지어 공개하기 때문에 미국 최고급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의 최신 건축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번 박람회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를 반영,지난해에 비해 전체 분양가를 최대 절반으로 낮춘 주택들이 선보인 점이 특징이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규모를 줄인 대신 내부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재를 리빙룸으로 활용

이번 박람회에 선보인 단독주택들은 연면적 400~430㎡(120~130평) 규모에 분양가는 200만달러(약 20억원) 안팎이었다.

이 행사에 참가한 타운하우스 개발업체 '드림사이트코리아'의 이광훈 사장은 "지난해에는 연면적이 800㎡가 넘고 가격이 300만~400만달러에 달하는 주택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가 주택 건축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택 크기가 작아지면서 내부평면도 달라졌다.

미국의 일반 단독주택은 주로 손님 접대용으로 이용되는 리빙룸과 그레이트룸(넓은 가족용 거실)이 같이 있지만,이번 박람회에서는 다섯 채 가운데 네 채가 리빙룸을 없앴다.

대신 서재를 일반 거실처럼 만들어 손님을 접대할 수 있도록 해 리빙룸을 대체시켰다.

인테리어에서도 화려한 장식보다는 단순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주를 이뤄 건축비를 절감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현지 건축가 로저 윌리엄스는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 인근 지역에서 나오는 자재를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내부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한 점도 주목되는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주택거래 침체 양상

현지 부동산 중개업체들에 따르면 시애틀은 현재 미국 내에서 주택경기가 좋은 편에 속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보잉,닌텐도 등 기업의 호황으로 일거리가 늘면서 입주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따른 주택 거래 침체가 점차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현지에서 20년 넘게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김수영 헬릭스공인중개사 대표는 "초고가 주택 외에 중산층 이하 주민들이 주로 찾는 수십만달러짜리 주택들은 요즘 매매가 잘 되지 않는다"며 "지난해에는 집을 내놓으면 바로 팔렸지만 요즘에는 15~30일은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빌딩 임대업을 하고 있는 재미동포 박모씨(55)는 "요즘 들어 'For sale' 간판을 내건 주택 매물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며 "인근 로스앤젤레스(LA)보다는 사정이 많이 나은 편이지만 이곳 주택시장도 침체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애틀=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