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충청도에서 이기고 네거티브 선거전에서 밀리지 않으며,다른 정파와의 연대를 통한 덧셈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난 세 번의 대선에서는 이런 통설이 그대로 적용됐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 공약으로 충청도 민심을 얻었고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네거티브 선거전에서도 두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빌라게이트'로 곤욕을 치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했음은 물론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에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두 차례 낙선으로 어느 정도 맷집이 생긴 데다 DJP연합을 통해 서부벨트를 구축해 정권을 잡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승인도 3당 합당에 따른 호남 고립 구도 구축과 네거티브 선거전에 강한 면모였다.

대통령이 된 세 사람 모두 승자의 룰에 충실했다.

거꾸로 네거티브 선거전에서 약점을 보이는 등 승자의 조건에서 미달한 후보들은 한결같이 실패의 쓴잔을 마셨다.

이 같은 승자의 룰은 이번 대선에서도 적용될 개연성이 다분하다.

벌써부터 한나라당 후보를 둘러싼 검증 문제가 대선 정국의 핵으로 등장한 데다 분열돼 있는 범여권의 최대 화두는 이반된 민심의 회복과 정파 간 연대다.

이 문제들이 대선 승패와 직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대세론을 형성한 터에 범여권의 대항마조차 없는 상태라 이 후보의 독주체제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민주신당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등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어 한나라당에 쏠린 여론의 흐름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범여권도 인정한다.

이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먼저 올라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후보는 대세론을 앞세워 국민중심당 등 타 정파와의 연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충청도 민심은 한나라당과 이 후보에게 기운 지 오래다.

국민중심당도 조심스럽게 한나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적어도 성공의 두 가지 조건에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그럼에도 이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역시 문제는 네거티브 선거전에 약점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경선 내내 불거진 네거티브 공세를 넘어 승자가 됐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단순히 20%포인트까지 벌렸던 박근혜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1.5%포인트까지 줄어 가까스로 이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한 대응력에서 여전히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경선 막판에 불거진 도곡동땅 의혹에 크게 흔들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험하게 예선전을 치렀다지만 예선전은 예선전일 뿐이다.

정권을 놓고 진검 승부를 벌이는 본선에 비할 바 못된다.

싸움을 말리는 심판도 없다.

대선까지는 아직 4개월이 남아 있다.

범여권의 검증 칼날이 한층 날카로워질 것은 자명하다.

이 후보는 "더 이상 나올 게 없다"고 강조하지만 국민의 불신은 여전하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진정성있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이재창 정치부 차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