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롬을 언제 이용했는지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로운 저장매체가 확산되면서 1년에 한 번도 CD롬을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가 많아졌다.
세기의 히트작으로 불리는 콤팩트디스크(CD)가 밀려나고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미디어 판매량에서 DVD에 주도권을 내준 데 이어 하드디스크(HDD),USB 기반의 플래시메모리 등에도 쫓기고 있다.
저장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하면서 편의성에서 앞서는 뉴미디어의 공세를 버텨내기가 힘겨운 모습이다.
CD는 25년 전인 1982년 8월17일 네델란드 필립스가 손바닥 크기의 무지개 빛 판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해 11월에는 인기 그룹 아바(ABBA)의 앨범 '더 비지터스(The Visitors)'가 상용 CD로 발매됐다.
90년대 후반에는 음반에 이어 PC 저장매체로도 영역을 넓혔다.
지난 25년간 누적 판매량은 2000억장.하지만 가격이 뚝 떨어진 새로운 저장매체에 밀려 최근에는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700메가바이트(M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공 CD 가격은 장당 100~200원인 반면 4.7기가바이트(GB) 데이터를 저장하는 DVD 가격은 장당 250~350원까지 낮아졌다.
저장용량 대비 가격에서 DVD가 훨씬 앞서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공디스크 판매량에서 6대 4 정도로 DVD가 CD를 추월한 것으로 추정한다.
CD에 저장된 파일을 읽는 CD롬 드라이브가 PC에서 사라지는 것도 CD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소다.
주요 PC업체들이 판매하는 PC 중 CD롬을 탑재한 제품의 비중은 3%까지 줄었다.
특수용도로 제작하는 PC를 제외하고는 모두 CD와 DVD를 함께 지원하는 DVD콤보나 DVD기록장치(DVD RW)로 대체됐다.
CD 사용 빈도는 최근 수년새 급감했다.
윈도가 고장나거나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먼지 쌓인 CD롬 드라이브를 여는 게 전부다.
그마저도 최근 윈도비스타,MS오피스,한글 등의 소프트웨어가 DVD로 발매되면서 활용처가 더욱 축소될 위기다.
컴퓨터 기반의 저장매체인 하드디스크와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락한 것도 CD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소다.
최근 PC에 가장 많이 탑재되는 320GB 하드디스크 가격은 8만5000원대.MB당 가격을 CD와 비교하면 하드디스크가 0.26원,CD가 0.21원 수준이다.
CD가 0.05원 저렴하지만 별도의 CD기록장치가 필요하고 기록 시간도 오래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효용성이 하드디스크에 뒤진다.
전송속도 초당 100메가비트(Mbps)급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게 CD에 데이터를 담아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용이해졌다.
외장 저장장치에서는 USB 메모리에 밀리고 있다.
휴대가 간편하고 기록 제한이 없는 4GB USB 플래시메모리가 4만원대까지 떨어져 CD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공 DVD 판매량이 공 CD 판매량을 처음으로 역전했고 올해는 6대 4 정도로 DVD 비중이 높아졌다"며 "HD 콘텐츠가 더 확대되면서 내년에는 DVD의 비중이 70%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