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장 업그레이드 일일이 신고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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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핵심기술 40종이 확정됨에 따라 리스트에 올라 있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민해야 할 투자 결정에 또 하나의 '걸림돌'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산업자원부는 국가의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을 받지 않은 순수 민간 기술의 경우에는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될 경우에만 수출중지,원상회복 등 사후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건이 극히 추상적이어서 어떤 경우에 제한을 받게 될지 예측 가능성이 적어 기업들의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어떤 제한 받게 되나
정부가 21일 밝힌 기술유출 보호방안에 따르면 40개 핵심기술 중 R&D 지원을 받은 경우에 기술을 해외에 매각 또는 이전하려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위원회는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반면 나랏돈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민간 기술은 신고만으로 수출을 할 수 있다. 다만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될 때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수출중지 수출금지 원상회복 등을 명령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거나 위원회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산업스파이'와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각각의 핵심기술을 구성하는 세부 기술까지 따져보면 40개 핵심기술 중 30개 안팎의 항목은 국가로부터 R&D 자금을 지원받은 기술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세부 기술의 개발에 들어간 돈을 하나하나 따져 수출 승인으로 갈지 신고로 끝낼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신속한 투자에 걸림돌"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산업계는 글로벌 경영 전략을 펴나가는데 또 하나의 승인 신고 절차가 생겨났다며 반발하고 있다. 80나노급 이하 D램 공정과 70나노급 이하 낸드플래시 생산 기술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반도체업체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미국 오스틴(80나노 낸드플래시)과 중국 쑤저우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중국 우시(80나노 D램)와 미국 유진(90나노 D램)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인 하이닉스는 이들 해외 공장의 나노공정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안게 된 것.
특히 최소 1년을 주기로 각 공장의 나노공정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번 신고절차를 밟도록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 업체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록 승인이 아닌 신고로 그치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첨단공정에 필요한 장비 및 기술을 신고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으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계획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 기준도 모호
산자부는 이 같은 업계의 우려에 대해 21일 브리핑에서 "기업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민간 자체 개발 기술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기술만 아니면 대부분 수출을 승인해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안보 관련성 기준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귀에 걸면 귀걸이,코에 걸면 코걸이'식이 될 것이란 지적도 많다. 실제 정부는 '무엇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술이냐'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 "전 세계 모든 정부가 '자기판단기준'을 국가안보 관련성 판단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살리겠다는 것 이외에 부작용 방지 대책에 관해 논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산업자원부는 국가의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을 받지 않은 순수 민간 기술의 경우에는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될 경우에만 수출중지,원상회복 등 사후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건이 극히 추상적이어서 어떤 경우에 제한을 받게 될지 예측 가능성이 적어 기업들의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어떤 제한 받게 되나
정부가 21일 밝힌 기술유출 보호방안에 따르면 40개 핵심기술 중 R&D 지원을 받은 경우에 기술을 해외에 매각 또는 이전하려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위원회는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반면 나랏돈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민간 기술은 신고만으로 수출을 할 수 있다. 다만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될 때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수출중지 수출금지 원상회복 등을 명령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거나 위원회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산업스파이'와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각각의 핵심기술을 구성하는 세부 기술까지 따져보면 40개 핵심기술 중 30개 안팎의 항목은 국가로부터 R&D 자금을 지원받은 기술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세부 기술의 개발에 들어간 돈을 하나하나 따져 수출 승인으로 갈지 신고로 끝낼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신속한 투자에 걸림돌"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산업계는 글로벌 경영 전략을 펴나가는데 또 하나의 승인 신고 절차가 생겨났다며 반발하고 있다. 80나노급 이하 D램 공정과 70나노급 이하 낸드플래시 생산 기술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반도체업체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미국 오스틴(80나노 낸드플래시)과 중국 쑤저우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중국 우시(80나노 D램)와 미국 유진(90나노 D램)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인 하이닉스는 이들 해외 공장의 나노공정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안게 된 것.
특히 최소 1년을 주기로 각 공장의 나노공정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번 신고절차를 밟도록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 업체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록 승인이 아닌 신고로 그치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첨단공정에 필요한 장비 및 기술을 신고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으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계획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 기준도 모호
산자부는 이 같은 업계의 우려에 대해 21일 브리핑에서 "기업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민간 자체 개발 기술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기술만 아니면 대부분 수출을 승인해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안보 관련성 기준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귀에 걸면 귀걸이,코에 걸면 코걸이'식이 될 것이란 지적도 많다. 실제 정부는 '무엇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술이냐'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 "전 세계 모든 정부가 '자기판단기준'을 국가안보 관련성 판단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살리겠다는 것 이외에 부작용 방지 대책에 관해 논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