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계약해지 등으로 지난 6월 초 촉발된 이랜드사태는 상급노동단체와 정치권,시민단체,운동권 학생단체 등이 개입하면서 정치쟁점화돼 문제가 더욱 꼬이고 있다. 외부단체들의 응원을 받고 있는 이랜드 노조는 투쟁집단으로 돌변하면서 회사 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등은 이랜드 사태를 조직을 결집시킬 절호의 기회로 삼아 협상보다는 투쟁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에선 온건파인 민주노총 지도부가 좌파의 강경노선에 떼밀려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랜드 사태는 상당기간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노사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협상은 없고 투쟁만

이랜드 사태는 협상을 벌일 주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랜드 노조가 협상 당사자이지만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민주노동당,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시민단체 등이 개입해 강경투쟁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외부단체들의 개입으로 응원군이 많아진 노조는 초기 협상 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요구안을 제시해 놓고 있는 상태다.

민주노총 내 강.온파 간 노선차이도 이번 사태를 꼬이게 만들고 있다. 강경파로부터 "투쟁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랜드 사태를 계기로 강경투쟁을 벌여 '투쟁콤플렉스'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강경파는 뒤에서 계속 흔들어 대고 온건파인 집행부는 투쟁의 선봉에 서 왔다는 분석이다.

이랜드 사측도 민주노총의 폭력성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마라톤 협상을 벌이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마다 노조가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을 들고 와 협상을 깨뜨리곤 했다"며 "정황상 민주노총이 배후에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에버 노조의 경우 신규 유통 매장 캐셔(계산원)까지도 100% 정규직 채용을 하라고 하는 등 회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 사항을 내건 게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보호법 철폐'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랜드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홈에버 순천점 '분뇨 살포' 혐의자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등 도를 넘어선 폭력 사태는 이랜드 노사 간 대화 자체를 단절시키고 있다.


◆갈수록 수용 어려운 노조 요구

외부 응원군이 많아지면서 노조의 요구안도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안을 전혀 양보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랜드 노조가 제시한 주요 요구안은 5개 조항. 먼저 노조는 입사 후 3개월 경과자에 대해 정당한 사유없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노사 양측의 합의로 4개월짜리 단기계약을 해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시켜야지 중간에 해고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입사 후 2년 경과한 비정규직에 대해 협약체결 시점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최초 입사일로부터 2년 경과되는 시점에 정규직으로 자동전환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규직 고용보장뿐 아니라 임금테이블도 정규직과 똑같이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외주화와 강제적 배치전환을 중단하고 타점포 이동시 본인과 합의를 거치도록 할 것 △2006년 해지된 단체협약을 유지할 것 △민.형사 처벌 면책 등도 요구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박동휘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