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榮 順 < 송파구청장 youngk7@chol.com >

"고마워.튼튼하게 자라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웠네.지난해 꽃피웠던 생일을 용케도 잊지 않고 생일에 맞춰 꽃을 피웠어. 향이 너무도 그윽해."

거실 한 켠에 자리한 난 화분에 물을 주면서 남편은 난에게 하는 말인지,필자에게 하는 말인지,아니면 둘 다에게 하는 말인지를 건넨다.

평소 난 가꾸기를 좋아하는 남편은 작년 7월 구청장 취임을 축하해 지인들이 보내온 난들을 정성을 다해 가꿔왔고,늘 대화를 나눠왔다. "기쁜 일로 우리 식구가 됐으니 우리 좋은 일만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미안해,아파트 공기가 너무 탁하지? 시원한 물이라도 실컷 먹으렴." "어,잎이 왜 이래.어디 아프니?" 이런 식으로….더러는 마음속으로,더러는 드러내어.

벼는 농민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하더니 우리 집 난초들은 남편의 이런 대화에 의지해서 자랐고,아름다운 꽃과 향으로 정성에 화답했다. 좋은 음악이나 다정한 대화를 들려준 식물이 그렇지 않은 식물보다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저자인 에모토 마사루 박사는 물도 말과 글,음악 등에 따라 감정을 달리 표현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물의 결정체 사진을 통해 입증했다. '고맙습니다''천사' 등 좋은 말을 들려 줬을 때와 '죽여 버릴거야''망할 놈' 등 나쁜 말을 들려 줬을 때 물의 결정체 모양이 다르며,'너 정말 예뻐'라는 말을 들은 물의 결정체는 방치해둔 물의 결정체보다 훨씬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난초와 물도 이러한데 인간은 오죽하랴.한 시골 초등학생이 쓴 '새들은 참 좋겠다. 숙제가 없어서…'란 글을 라디오를 통해 들은 적이 있다. 도시도 아닌 시골에서조차 숙제에 눌리고 과외에 휘둘려서 자연을 바라 볼 여유조차 없게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세상이다.

하물며 어른들이야….

속도 전쟁이라는 현대 생활은 우리 모두를 서로의 경쟁자로 내모는 각박한 세상이 됐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천천히 느리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그래서 자연을 느끼고 교감할 수 있다면 우리네 인생은 보다 풍부해질 터인데….

내 아이,내 가족,내 직장 동료,내 이웃을 찬찬히 눈여겨 보고 귀 기울여 들음으로써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일.이것이야말로 진정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첫걸음임을 문득 깨닫는다.

"고마워! 이렇게 귀한 꽃 피우느라 수고 많았어. 네 수고로 우리 집 거실에 귀한 향이 가득하구나.

그래서 우린 행복해." 지금 당장 나도 남편처럼 난에 눈을 맞추고 감사의 인사를 건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