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鎭 河 < 계명대 교수·정치학 >

대통령 후보 경선(競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상당히 증폭됐다.

지난 대선(大選)에서 새천년민주당이 미국식 경선제도와 비슷한 대통령 경선 제도를 도입하고,예상치 못했던 후보가 당선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을 목격한 이후 더 그런 것 같다.

더욱이 이번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의 경선은 유례없는 접전으로 개표 당일까지 국민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범여권인 민주신당과 민주당,민노당 등 주요 정당의 후보자가 경선과정에서 부각되면 우리는 진짜 대통령 선거전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경선 과정이 국민의 주목을 받을수록 일반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그런 면에서 지난 대선 때의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후보의 돌풍으로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고,이번 한나라당의 경선 역시 막바지 접전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선이 반드시 후보자나 당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미국의 예는 많이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경우 공화당원들은 일반 국민들보다 보수적이고,민주당원들은 일반 국민들보다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후보자들은 다소 민심보다는 우측이나 좌측으로 더 움직이게 되어 있다.

특히 당내 라이벌의 이념 성향이 극단으로 흐르거나,경선이 치열할수록 그에 대한 방어를 위해 후보자들의 이념은 일반국민의 민심에서 조금씩 이탈하게 된다.

예를 들어 1964년 골드워터는 공화당 내의 보수주의 바람을 일으켜서 대통령 후보가 되었지만,우경화된 공화당은 민주당의 존슨대통령에게 대패했다.

조지 맥거번은 지금까지도 가장 저평가받고 있는 민주당 대선후보 중의 하나다.

그 이유는 그가 1972년 선거에서 50개주 중 사우스다코다주에서만 승리하였을 뿐,49개주에서 공화당의 닉슨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맥거번 후보는 가장 진보적인 후보였다.

그는 당내경선에서 신좌파운동을 일으키며 대통령 후보가 됐고,그에 반발한 일부 민주당원들이 탈당해 보수주의로 전환해 오늘날 네오콘의 시초가 됐다.

이처럼 당내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승리했다고 하더라도,일반 민심으로부터 이반된 지나친 보수주의나 진보주의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내 경선의 치열함은 단지 당락(當落)을 결정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당과 후보의 정책적 입장을 바꾸기도 한다.

닉슨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는 진보적인 인물이었지만,경선과정에서 보수주의자인 레이건의 공격을 받아내다가 결국에는 닉슨대통령과 공화당은 보수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었던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범여권이나 다른 주요 정당의 경선이 어떻게 흐를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실용주의 중도노선을 표방하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후보자 당선 영향으로 범여권과 다른 주요정당의 경선 역시 당심보다는 민심에 의존해 후보자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대후보가 보수적 이념 성향보다는 중도 실용주의를 주장하며 민심에 보다 가깝게 위치했기에,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진보주의적 당심보다는 민심의 중용(中庸)이 중요한 잣대가 돼 경선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예가 아직 경선을 치르지 않은 다른 정당에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당심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민심을 거스르게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이다.

민심은 경제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고용불안,양극화,경제심리의 위축 등은 다음 대통령의 제1 과제가 경제 살리기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당내 경선 승리도 보수주의 당심보다는 일반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민심의 결과로 알려져 있듯이,범여권과 다른 주요 정당의 후보자들 역시 민심을 바로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억지로 민심을 움직여 보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쿠웨이트전쟁의 승리로 인기가 정점에 달았던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이유는 민심이 전쟁의 승리보다 경제 회복을 원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레이건에게 표를 던졌던 이유는 그의 단순한 질문 때문이었다.

"작년보다 더 나아졌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