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위기가 저가매수 기회"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에 이어 '기업사냥꾼' 윌버 로스 WL로스 회장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위기를 기회로 보고 투자 대상을 찾아 나섰다.

부실채권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내온 로스 회장은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신용위기가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자자들에게 저가 매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35억달러 자산 규모의 사모펀드회사 WL로스를 통해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브프라임 관련 대출업체를 사들이거나 모기지 포트폴리오 및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독일에서 서브프라임 문제로 IKB와 작센LB 은행 등이 곤란을 겪고 있는 데 주목,독일 중소기업 투자에 관심을 표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대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문제는 이를 부주의하게 활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몰락은 대출자의 신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대출 관련 서류도 확보하지 않은 채 돈을 빌려주는 등 잘못된 행동에서 주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를 위한 준비 작업도 끝났다고 말했다.

최근 파산 선고를 받은 미국 알트에이(Alt-A,서브프라임과 프라임의 중간단계 대출)급 모기지업체 아메리칸 홈모기지에 5000만달러를 긴급 대출해준 것이 그 예.그는 이를 통해 "서브프라임 분야에 첫발을 디뎠다"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로스 회장은 2000년 파산한 일본 고후쿠은행을 사들여 3년 만에 높은 수익을 내고 팔았다. 그 후 시장에서 한 걸음 비켜 서 있었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들이 주식값을 너무 올려놓는 바람에 투자할 엄두를 내지 않았던 것. 서브프라임 사태가 그를 다시 시장으로 불러들인 셈이다.

윌버 로스는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파는 식으로 높은 투자수익을 올려왔다.

철강과 석탄 분야 투자로 10억달러의 부를 쌓으면서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기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진출,동양생명 지분 매각으로 450억원을 버는 등 대표적인 기업사냥꾼으로 이름을 떨쳤다.

유독 '위기에 강한' 그에게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더없는 투자 기회인 셈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