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구간별로 10~20% 상향 조정됨에 따라 고소득자의 세 부담이 최대 144만원 줄어들게 됐다.

물가 상승에 연동해 과표를 매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학계 등에서 줄곧 제기돼왔지만,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참여정부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과표 조정에 나선 것은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감세는 부자들에게 더 이로운 것"이라며 "복지재정 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세금 감면에 반대해왔다.

재경부는 이번 과표 구간 조정으로 내년부터 2013년까지 세수가 1조1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세 얼마나 줄어드나

현행 세법상 소득세는 과표 구간별로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다단계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다.

최저 세율 8%가 적용되는 구간은 현재 1000만원 이하지만,내년부터는 1200만원까지로 늘어난다.

소득세율 17%가 적용되는 구간은 올해 1000만~4000만원에서 내년 1200만~4600만원으로 바뀌고,25% 세율이 적용되는 구간도 올해 4000만~8000만원에서 내년 4600만~8800만원으로 재조정된다.

최고 세율 35%가 적용되는 구간은 현재 8000만원 초과분에서 8800만원 초과분으로 개편된다.

예컨대 연봉 3000만원을 받는 A씨가 15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아 과세 대상 소득액이 1500만원으로 확정됐다고 가정해보자.올해까지는 과세표준액 1500만원 가운데 1000만원까지는 8%의 세율(80만원)이 적용되고 초과분 500만원에 대해서는 17%(85만원)를 소득세로 내야 하기 때문에 16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1500만원 중 1200만원까지 8%(96만원)의 세율을 부담하고,나머지 300만원에 대해서만 17%(51만원)의 세율이 적용돼 147만원을 세금으로 내게 된다.

근로소득세 부담이 18만원(10.9%)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연봉 7000만원을 벌어 2000만원을 소득공제 받는 B씨는 어떨까.

과세 대상 소득액이 5000만원이니까 지금은 850만원(1000만×8%+3000만×17%+1000만×26%)에서 778만원(1200만×8%+3600만×17%+400만×26%)으로 72만원(8.5%) 줄어들게 된다.

과표 소득액이 88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는 이 같은 계산 방식을 적용할 경우 144만원의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소득세에는 10%의 주민세가 추가로 붙는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세 부담 경감액은 이보다 더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신용카드 소득공제 문턱을 급여의 20% 초과분으로 올리는 대신 공제율은 20%로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소득의 35% 이상을 카드로 '긁은' 소비자는 소득공제액이 늘게 된다.

공제액이 많아져 한 단계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구간이 늘어날수록 세금 감면액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왜 과표에 손댔나

정부는 매년 특정 계층을 겨냥한 공제 혜택을 신설해왔고 올해도 출산·입양 공제 신설(200만원),교육비 공제 추가 등 공제 항목 확대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과표 구간을 손댄 것은 1996년 이후 11년 만이다.

정부가 그동안 과표 구간 조정을 꺼린 것은 소득이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까지 일률적으로 경감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번 조정으로 경감률은 저소득층이 높지만 경감액의 절대치는 소득이 많을수록 커진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과표 구간을 조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둔 '선심성 감세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 형편과는 거꾸로 가는 세제 개편안이 나온 것도 '대선용'이란 의심을 더욱 커지게 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가 한참 안 좋을 때는 공제 축소 등 사실상 증세 정책을 펴더니 올 들어 경기가 좋아지는데도 거둬들이는 세금을 줄인 것은 조세 정책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경감률이 높아지는 '하후상박'형으로 조정해 세금 경감 혜택의 절반 이상이 과표 4000만원 미만 중산·서민층에 돌아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1주택자 양도세 부담 줄어든다

3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매각하는 경우 양도차익의 일부를 빼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가 매년 3%포인트씩 늘어나는 구조로 바뀐다.

3년 보유 주택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지금처럼 10%를 공제하고,4년째 12%를 시작으로 매년 3%포인트를 늘려 순차적으로 45%(15년 보유 시)까지 공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주택 장기 보유자들의 세금 부담은 다소 줄어들게 된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10억원짜리 주택을 8년간 보유한 뒤 처분해 4억2800만원의 양도차익을 얻은 경우 지금은 15%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아 39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내년부터는 공제율이 24%로 높아져 3100만원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세제 경감 혜택은 주택 한 채를 오랫동안 보유하면서 살아온 6억원 초과 고가 주택 보유자에만 해당된다.


기아차 '모닝'도 경차로 인정

내년부터 특별소비세가 면제되는 경차의 범위가 배기량 800cc 이하급에서 1000cc 이하급 자동차로 확대된다.

길이×폭도 3.5m×1.5m 이하에서 3.6m×1.6m 이하로 커진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 유일한 경차인 GM대우의 '마티즈' 외에도 기아자동차의 '모닝'도 경차로 인정된다.

아울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시점부터 우선 기존 10%인 2000cc 초과 승용자동차의 특소세율이 8%로 낮춰지고 그 뒤 매년 1%포인트씩 인하돼 2000cc 이하급에 적용되는 특소세율(5%)과 같아진다.

이는 한국 정부가 한·미 FTA 체결 시 미국 측과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는 차원이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특별소비세'라는 세목 명칭을 '개별소비세'로 바꾸기로 했다.

자동차 유류 등 생활필수품에 부과되는데도 '사치세'를 연상시키는 명칭 때문에 생겨나는 불필요한 오해를 없앤다는 취지에서다.


배우자간 증여 6억원까지 공제

배우자 간 증여시 공제한도가 현행 3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배우자의 재산형성 과정을 평가할 때 적용하는 비과세 금액,이혼시 재산 분할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금액과의 형평 등을 감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로부터 10억원을 증여받았다면 지금은 공제한도가 3억원이기 때문에 7억원에 대해 30%의 세율이 적용돼 1억5000만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10억원을 증여하면 공제한도가 6억원으로 높아져 4억원에 대해 20%의 세율로 70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배우자로부터 상속받은 경우에는 지금도 최대 3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가 이처럼 공제한도를 올린 것은 고가주택(6억원 초과)이 아닌 주택 1채를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과세하겠다는 취지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