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꽉 막혔던 금융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씨티뱅크 등 대형 은행들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창구를 이용하기 시작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대 모기지회사인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기업인수합병(M&A)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으며 시중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신용경색 해소의 가장 큰 변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씨티뱅크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와코비아 등 미 대형 은행 4개가 22일(현지시간) FRB 재할인 창구를 통해 총 20억달러를 차입했다.

차입금액은 각각 5억달러다.

FRB가 재할인율을 연 6.25%에서 5.75%로 인하한 지난 17일 이후 대형 은행이 한꺼번에 재할인을 활용하기는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도이치뱅크만이 재할인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이처럼 대형 은행들이 한꺼번에 재할인 창구를 활용함에 따라 시중 유동성 공급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금융회사들이 필요에 따라 재할인을 활용해 대출받는 것도 빈번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재할인창구를 이용하는 금융회사들은 그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으로 간주돼 이를 이용하길 꺼려했었다.

씨티그룹 등은 재할인율 인하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로 일제히 재할인 창구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BOA는 한때 부도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컨트리와이드에 전환우선주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이날 20억달러를 전격 투자했다.

컨트리와이드는 지난 16일 신용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는 등 한때 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됐었다.

그러나 '투자 귀재'인 워런 버핏의 투자 가능성이 제기된 데 이어 BOA가 전격 투자함으로써 자금 사정에 여유를 갖게 됐다.

이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모기지회사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신용위기가 발생한 이후 뜸했던 M&A 논의도 다시 재개됐다.

미국 온라인 증권업계 2,3위사인 TD 아메리트레이드와 E 트레이드가 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신용경색 현상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소식들이 나타나자 국채로 몰리던 시중자금이 다시 주식과 회사채 등으로 분산됐다.

이에 따라 국채 수익률은 3개월짜리가 0.14%포인트 오른 것을 비롯 일제히 상승했다(채권가격하락).또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45.27포인트(1.11%) 오른 13,236.13에 마감됐다.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1.25%와 1.17% 올랐다.

시장참가자들은 "이 같은 선순환 조짐이 나타난 것은 FRB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바탕이 됐다"며 "일부의 관측대로 FRB가 금리인하 없이 사태를 수습하려할 경우 시장은 언제든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리먼브러더스가 월가 대형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회사인 'BNC 모기지'의 문을 닫고 12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하는 등 불안 요인은 지속됐다.

올 들어 문을 닫거나 영업을 정지한 모기지회사는 90여개에 달했다.

이에따라 4만명이 일자리를 잃어 고용 사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은행은 23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연 0.5%인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2월 이후 7개월 연속 동결됐다.

9명의 정책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찬성 8명,반대 1명으로 정책금리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일본은행 관계자는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실물 경제에 대한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만 해도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됐으나 예기치 않게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져 당분간 금리 인상이 물 건너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