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세계 55개국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을 발표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피터 로랑지 총장은 23일 "한국의 노동경쟁력은 세계 수준에 비춰볼 때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적대적이고 과격한 노사문제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랑지 총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와 기업에 대한 조언'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초청 조찬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로랑지 총장은 "한국은 노사문제를 국내문제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제사회 시각으로 볼 때 한국의 적대적인 노사문제는 군사적이고 비타협적"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노사문제를 고려해야 하는데도 한국에선 이를 무시한 채 파업과 투쟁 일변도의 적대적 노사관행이 이어져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되고 있는 노사문제 해결이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급선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노사가 '윈윈'전략을 구사하며 협력체계를 구축한 글로벌 석유메이저 셸(Shell)사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셸사는 5년 전 캐나다와 나이지리아 등 해외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춰 노사가 '함께 해보자'는 아젠다를 설정해 대립관계를 해소했다"고 말했다.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빠르게 치솟고 있는 고임금 역시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혔다.

그는 "한국이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 29위에 머문 것은 고임금의 영향이 크다"며 "기업효율성 등을 고려한 근본적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랑지 총장은 기업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대학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정보기술(IT)산업 발전과 함께 대학의 IT교육 비중이 높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획일적인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교육분야에서는 한국이 세계 21위로 중국보다 앞서 있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며 "학과 단위의 교육을 지양하고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랑지 총장은 기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은 경영관행에서도 아직 국제화 추세에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기업가정신과 창업정신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대만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해 경제성장을 억누른 사실을 예로 들면서 "한국정부도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현행 환경관련법은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이수영 경총 회장은 "이랜드를 대상으로 한 민주노총의 과격 투쟁은 중단돼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비정규직법 취지를 왜곡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민주노총의 불법행위에 엄중하게 대처하지 않은 것이 사태악화를 불렀다"며 정부의 무원칙 대응을 비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