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와 네티즌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심형래 감독의 SF 영화 '디 워'를 놓고 '맞장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와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청자 가운데 선발된 네티즌 '브렛(Brett)' '콜린(Collin)' '아나키스트9(anakist9)' '점셋(…)', 대구가톨릭대 김광수 교수 등 5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에서 진 교수는 "심형래 감독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은 좋은데 작품은 작품만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며 "영화에는 기본적으로 서사가 있는데 '디 워'에는 서사가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대해 네티즌 '콜린'은 "'디 워'에 서사구조가 심각하게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심 감독의 의도는 영화를 보고 나서 파악하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므로 포괄적으로 서사가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네티즌 '점셋'은 "진 교수가 말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사 기준을 가지고 지금의 영화를 해석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진 교수는 "네티즌들의 대표적인 오류는 서사를 제재로 착각하는 것인데 서사는 인과관계이고 제재는 글감"이라며 "CG 없는 영화는 있지만 서사 없는 영화가 있느냐"고 맞받아쳤다.

애국심 마케팅에 대해 네티즌 '아나키스트9'은 "한국 CG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 있는 CG를 보러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진 교수는 "'디 워'의 CG가 볼 만했다고 하는데 300억 원 들어갔지만 우리가 돈 주고 보는 할리우드 영화에는 2천500억 원이 들어갔다"며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란 말을 한다"고 반박했다.

'디 워'의 미국 시장 흥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데 대해 김광수 교수는 "미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웃음 코드나 액션 코드가 있다"며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시장에 도전한 것에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일부 네티즌들이 평론가들에 대해 비난을 쏟아붓고 있는 데 대해 "정치적인 파시즘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일상적인 파시즘은 사회에 남아 있다"며 "지금은 영화에 대해 잘못됐다는 평가를 아예 막고 몰려다니며 실질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나키스트9'은 "네티즌과 평론가들의 논쟁은 액션과 리액션의 관계"라며 "대중의 폭력이란 파시즘의 현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액션과 리액션인데 진 교수도 그것을 알고 발언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은 쿠키뉴스 홈페이지 동영상을 통해 편집본이 방송됐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