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이 인간 진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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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래 과학기술 서적 가운데 '인간의 미래'(라메즈 남 지음,남윤호 옮김,동아시아)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유는 BT(생명공학)와 NT(나노기술),IT(정보기술)가 인지과학으로 수렴돼 새롭게 진화하는 인간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과연 빙하기가 다시 닥쳐도 여전히 낙천적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이 책에 담긴 최신 자료는 매우 유익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약 600만년 전 진화의 흐름 속에서 인류의 선조가 아프리카에 등장했다.
오랜 방황 끝에 4만년 전에는 생생한 들소 그림을 동굴에 남기는 무리로 발전했다.
이후 농경생활이 시작됐고 수학과 천문학,수레바퀴와 철학이 창안됐으며 현대 과학기술이 탄생했다.
하지만 동굴에 벽화를 그리던 인류와 포토샵으로 사진을 수정하는 현재의 인류는 생물학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다.
인류의 진화는 그 시점에서 멈춘 듯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화의 종착점에 서 있는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아웃룩 개발에 참여했던 컴퓨터 전문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라메즈 남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진화에는 종착점이 없다.
다만 우리에게는 다윈이 제시한 방법과는 다른 진화의 길이 열려 있을 뿐이다.
즉 자연에 의해 새로운 호모(인간) 종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인간이 스스로 선택할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육체와 정신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와 시냅스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질병 치료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치료와 인간 능력 강화 사이의 경계는 실로 모호하다.
그래서 새로운 치료법에는 저항이 있다.
윤리·안전·평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지난 역사를 보면 천연두 백신,마취에 의한 무통 분만,수혈,장기이식,콘돔을 사용한 피임,시험관 아기 등 많은 의료기술이 이런 논쟁에서 살아남았다.
어느 치료법이든 문제점이 있지만 지속적인 시행을 반복해 그 문제점이 개선된다.
의학의 진보를 위해 누군가 첫 시험 대상이 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생명과학기술은 개발과 시험에 드는 비용이 막대하지만 대규모 생산과 소비로 해결될 수 있다.
페니실린이 처음 발견됐을 때는 부르는 게 값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그램당 12달러로 떨어졌고 지금은 그램당 2센트도 안 된다는 사실이 하나의 예다.
사실 저자는 이와 같은 상투적인 문제에 얽매이기를 거부한다.
신기술은 이미 현실이라는 것이다.
알약 한 알만 먹어도 더 똑똑해지고,강해지고,기억력이 훨씬 좋아질 수 있다면,유전자 하나만 바꿔서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을 고칠 수 있다면,그리고 인간의 노화 과정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면,그것을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미 인간은 동굴에 들소 그림을 그린 이후로 스스로 자연을 선택했다.
그가 강조하는 미래 인간은 건강하고 똑똑하고 오래 산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핵심은 인간의 뇌가 '월드 와이드 마인드'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동굴인의 벽화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을 통해 소통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듯이,이번에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인터페이스가 새로운 소통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 진화의 다음 목적지는 결국 신기술의 결합점이다.
빙하기만 닥치지 않는다면….
324쪽,1만4000원.
<이정모 과학저술가·안양대 겸임교수>
과연 빙하기가 다시 닥쳐도 여전히 낙천적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이 책에 담긴 최신 자료는 매우 유익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약 600만년 전 진화의 흐름 속에서 인류의 선조가 아프리카에 등장했다.
오랜 방황 끝에 4만년 전에는 생생한 들소 그림을 동굴에 남기는 무리로 발전했다.
이후 농경생활이 시작됐고 수학과 천문학,수레바퀴와 철학이 창안됐으며 현대 과학기술이 탄생했다.
하지만 동굴에 벽화를 그리던 인류와 포토샵으로 사진을 수정하는 현재의 인류는 생물학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다.
인류의 진화는 그 시점에서 멈춘 듯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화의 종착점에 서 있는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아웃룩 개발에 참여했던 컴퓨터 전문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라메즈 남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진화에는 종착점이 없다.
다만 우리에게는 다윈이 제시한 방법과는 다른 진화의 길이 열려 있을 뿐이다.
즉 자연에 의해 새로운 호모(인간) 종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인간이 스스로 선택할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육체와 정신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와 시냅스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질병 치료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치료와 인간 능력 강화 사이의 경계는 실로 모호하다.
그래서 새로운 치료법에는 저항이 있다.
윤리·안전·평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지난 역사를 보면 천연두 백신,마취에 의한 무통 분만,수혈,장기이식,콘돔을 사용한 피임,시험관 아기 등 많은 의료기술이 이런 논쟁에서 살아남았다.
어느 치료법이든 문제점이 있지만 지속적인 시행을 반복해 그 문제점이 개선된다.
의학의 진보를 위해 누군가 첫 시험 대상이 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생명과학기술은 개발과 시험에 드는 비용이 막대하지만 대규모 생산과 소비로 해결될 수 있다.
페니실린이 처음 발견됐을 때는 부르는 게 값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그램당 12달러로 떨어졌고 지금은 그램당 2센트도 안 된다는 사실이 하나의 예다.
사실 저자는 이와 같은 상투적인 문제에 얽매이기를 거부한다.
신기술은 이미 현실이라는 것이다.
알약 한 알만 먹어도 더 똑똑해지고,강해지고,기억력이 훨씬 좋아질 수 있다면,유전자 하나만 바꿔서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을 고칠 수 있다면,그리고 인간의 노화 과정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면,그것을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미 인간은 동굴에 들소 그림을 그린 이후로 스스로 자연을 선택했다.
그가 강조하는 미래 인간은 건강하고 똑똑하고 오래 산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핵심은 인간의 뇌가 '월드 와이드 마인드'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동굴인의 벽화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을 통해 소통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듯이,이번에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인터페이스가 새로운 소통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 진화의 다음 목적지는 결국 신기술의 결합점이다.
빙하기만 닥치지 않는다면….
324쪽,1만4000원.
<이정모 과학저술가·안양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