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시장경제] 중앙은행 서브프라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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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에 따라 개별 금융회사의 부실이 우려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 등을 중심으로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크게 늘리는 등 정책적 공조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주식시장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한껏 높아지는가 하면 미국 정책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인하해야만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유동성을 조절해서 금융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통화 정책의 두 가지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은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금융 안정과 함께 또 다른 중요한 통화정책 목표로서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1998년부터 물가안정 목표제도를 도입해서 물가 안정을 통화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 통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하고 실물 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커지므로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을 차단하고자 최선을 경주한다.
그런데 통화 정책을 운용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은 물가상승 원인에 따라 통화 정책을 다르게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물가 상승은 수요 견인형(demand-pull)과 비용 인상형(cost-push)으로 나눌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1000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500원어치 밀가루를 사용하는 칼국수집의 예를 들어 보자. 만약 이 분식집의 칼국수 맛이 아주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손님이 크게 늘어나자 어느 날 집주인이 가격을 슬그머니 500원 올려 칼국수 한 그릇에 1500원을 받기 시작했다. 이처럼 손님(수요)이 많아서 가격이 오르는 경우를 수요견인형 물가 상승으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금리를 올리거나 통화량을 줄여서 이미 오른 칼국수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오게 만드는 등 칼국수의 수요를 줄여서 분식집 주인이 가격을 다시 낮추도록 만드는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칼국수(경기)에 대한 과소비(과열)를 통화 정책(금리 인상)으로 억제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분식집 주인의 음식 솜씨가 형편없어서 손님들의 발길이 없는데도 밀가루 공장이 밀가루 가격을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고 분식집 주인은 밑지는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을 1500원으로 인상했다고 가정하자. 이와 같이 손님이 많아서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밀가루 가격(비용)이 올라서 칼국수 가격(물가)이 오르는 경우를 비용인상형 물가 상승으로 부른다.
비용 상승으로 오른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려 칼국수 수요를 억제시키면 가뜩이나 손님이 없어 불황(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이 분식집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경기 침체)에 봉착하게 된다. 이처럼 물가 상승의 원인을 분명하게 파악하지 않고 통화정책 수단을 무리하게 동원하면 정책 담당자의 판단 실수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인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우리 소비자 물가는 약간 상승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총수요 압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 등과 같은 비용인상 요인을 중심으로 물가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물론 중앙은행은 현재 수준의 물가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향후 물가 상승 가능성도 미리 예상해서 선제적인 통화 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나 엔캐리 트레이드 회수 등이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서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우리 금융 안정을 위해 위험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황별 대책 마련은 물론 향후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까지도 예상해서 최근 어렵게 살아나고 있는 경기 회복의 미약한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적절한 통화 정책을 모색하는 데 지혜를 모을 때다.
배상근 < 한경硏 연구위원 >
이에 대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 등을 중심으로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크게 늘리는 등 정책적 공조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주식시장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한껏 높아지는가 하면 미국 정책 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인하해야만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유동성을 조절해서 금융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통화 정책의 두 가지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은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금융 안정과 함께 또 다른 중요한 통화정책 목표로서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1998년부터 물가안정 목표제도를 도입해서 물가 안정을 통화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 통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하고 실물 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커지므로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을 차단하고자 최선을 경주한다.
그런데 통화 정책을 운용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은 물가상승 원인에 따라 통화 정책을 다르게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물가 상승은 수요 견인형(demand-pull)과 비용 인상형(cost-push)으로 나눌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1000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500원어치 밀가루를 사용하는 칼국수집의 예를 들어 보자. 만약 이 분식집의 칼국수 맛이 아주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손님이 크게 늘어나자 어느 날 집주인이 가격을 슬그머니 500원 올려 칼국수 한 그릇에 1500원을 받기 시작했다. 이처럼 손님(수요)이 많아서 가격이 오르는 경우를 수요견인형 물가 상승으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금리를 올리거나 통화량을 줄여서 이미 오른 칼국수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오게 만드는 등 칼국수의 수요를 줄여서 분식집 주인이 가격을 다시 낮추도록 만드는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칼국수(경기)에 대한 과소비(과열)를 통화 정책(금리 인상)으로 억제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분식집 주인의 음식 솜씨가 형편없어서 손님들의 발길이 없는데도 밀가루 공장이 밀가루 가격을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고 분식집 주인은 밑지는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을 1500원으로 인상했다고 가정하자. 이와 같이 손님이 많아서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밀가루 가격(비용)이 올라서 칼국수 가격(물가)이 오르는 경우를 비용인상형 물가 상승으로 부른다.
비용 상승으로 오른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려 칼국수 수요를 억제시키면 가뜩이나 손님이 없어 불황(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이 분식집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경기 침체)에 봉착하게 된다. 이처럼 물가 상승의 원인을 분명하게 파악하지 않고 통화정책 수단을 무리하게 동원하면 정책 담당자의 판단 실수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인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우리 소비자 물가는 약간 상승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총수요 압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 등과 같은 비용인상 요인을 중심으로 물가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물론 중앙은행은 현재 수준의 물가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향후 물가 상승 가능성도 미리 예상해서 선제적인 통화 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나 엔캐리 트레이드 회수 등이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서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우리 금융 안정을 위해 위험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황별 대책 마련은 물론 향후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까지도 예상해서 최근 어렵게 살아나고 있는 경기 회복의 미약한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적절한 통화 정책을 모색하는 데 지혜를 모을 때다.
배상근 < 한경硏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