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온라인 가상세계 '세컨드라이프(www.secondlife.com)'는 '이상향'이 아니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세컨드라이프의 경제활동 규모와 회원 수가 크게 늘면서 불법과 무질서,탈세 등 현실세계와 같은 고민거리가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컨드라이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린든랩이 2003년 선보인 인터넷 기반의 가상현실 공간이다.

사용자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현실과 비슷한 환경에서 현실과 다른 '제2의 삶'을 즐길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실세계로부터의 '화려한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며 가입자가 870만명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특히 '린든달러'라는 전용 통화로 돈을 벌거나 쓸 수 있다는 점이 이용자들을 끌어들였다.

이들이 쓰는 돈은 하루 100만달러.세컨드라이프 주민들이 창출하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5억~6억달러에 달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GDP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 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가상공간을 파고들며 비즈니스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요타와 리복 등 기업들도 가상세계를 신대륙 삼아 사무실을 열거나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일본 광고회사 덴츠는 가상도시 '버추얼도쿄'를 세우기 위해 세컨드라이프 내 땅 85만㎡를 87만달러에 구입했다.

일본식 월스트리트를 조성해 인터넷 광고와 마케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이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돈이면 뭐든지 가능한 환경 속에서 각종 불법 행위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7월 미 연방수사국(FBI)은 불법 온라인 도박을 이유로 세컨드라이프 내 카지노의 영업 중단을 요구했다.

독일 경찰 당국은 아동 포르노 사진이 판매되고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아바타를 통한 미성년자와의 성관계가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버 폭력도 문제다.

지난해 세컨드라이프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회원들이 '해방군'을 조직,가상세계 속 의류매장에서 쇼핑을 하던 회원들에게 '가상 총격'을 가한 게 대표적이다.

매장을 운영하던 의류회사 아메리칸어패럴은 이 일로 세컨드라이프에서 철수했다.

세컨드라이프를 운영하는 린든랩은 이 같은 무질서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 회원을 분간해내는 게 쉽지 않고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일반 회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린든랩은 최근 미성년자와의 음란한 행위 등을 금지하고 나섰지만 회원들로부터 "이제 세컨드라이프에서는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교회에 가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세금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린든랩은 가상세계의 땅 매매 등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린든달러를 실제 달러와 바꿔주는 환전소에서는 6월 한 달간 680만달러가 유통됐다.

스티즌 리버맨 변호사는 이용자들의 특허권과 저작권 관련 소송으로 작년 한 해 2만달러를 벌었다.

이 과정에서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미 의회는 가상세계의 비즈니스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가상세계가 현실을 닮아갈수록 '꿈의 도피처'에서는 멀어지는 셈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용어풀이]

◆린든(Linden)달러

세컨드라이프 안에서 사용되는 전용 통화.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집이나 땅을 사거나 쇼핑을 하기 위해선 린든달러가 필요하다.

린든달러는 세컨드라이프의 공식 환전소나 각종 경매 사이트를 통해 현실에서 통용되는 달러와 교환할 수 있다.

환율은 달러당 270린든달러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