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들은 카드나 동전 등을 이용해 손 마술을 펼칠 때 관객들이 한 쪽 손을 주목하게 만들면서 실제로는 다른 손으로 마술을 완성한다.

'위기의 CEO 마술사를 만나다'(앤디 코엔 지음,박중서 옮김,뜨인돌)는 이 같은 마술의 원리와 법칙을 통해 비즈니스의 핵심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리고 실현할지 알려주는 픽션형 경영서다.

원제는 'Follow The Other Hand'.뻔하고 당연해 보이는 생각을 따르는 게 아니라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다른 손을 따라감으로써 다른 생각,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라는 뜻이다.

책의 주인공 조너선은 올리브유 등 식자재를 수입하는 작은 무역회사의 CEO다.

고조부 때부터 운영해온 회사가 대형 할인점들의 파상공세로 위기에 처하자 조너선은 멀린이라는 마술사의 도움으로 회사 살리기에 나선다.

멘토가 된 멀린은 비즈니스의 해법이 담긴 5가지 마술의 법칙을 조너선에게 전해준다.

첫째 법칙은 마술은 주의깊게 보지 않는 손에서 이뤄진다는 것.따라서 '뻔한 생각을 뒤집어라'고 멀린은 강조한다.

보디스프레이 '액스(Ax)'를 내놓은 유니레버의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유니레버는 사람들이 몸에 뿌리는 탈취제를 사는 이유가 단지 땀과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남자들은 여자와 함께 있을 때 자기 몸 냄새에 민감해 진다는 사실에 착안,젊은 남성을 겨냥한 '여성 유혹용' 보디스프레이로 큰 성공을 거뒀다.

둘째 법칙은 관객을 공연에 끌어들일 때 가장 효과적인 쇼가 연출된다는 것.'고객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라'는 비즈니스 법칙이 여기서 도출된다.

마술사들은 마술에 대해 의심하는 관객에게 직접 카드를 고르게 해 관객을 공연에 끌어들인다.

초콜릿 제조업체인 마스터푸즈는 1995년 검은색 일색인 초콜릿의 색깔을 바꾸기로 하고 고객들의 투표로 색상을 정하기로 했다.

1000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가해 그 중 54%가 선택한 파란색으로 결정됐다.

고객에게 선택과 통제의 기회를 줌으로써 결과를 성공으로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멀린은 세번째 비즈니스 법칙으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라'를 제시한다.

고객들이 보낸 사진을 제품 라벨에 실은 존스사이다,어린이들이 원하는 봉제인형을 직접 만들 수 있게 한 소매업체 빌드 어 베어 워크숍 등이 그런 사례다.

노련한 마술사가 쇼를 방해하는 돌발상황을 역이용하는 것처럼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100가지 각본을 짜라고 멀린은 조언한다.

또 독창적인 마술이 위대한 마술가를 만들듯 자신만의 필살기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라고 설명한다.

224쪽,1만2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