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주택경기 침체가 더욱 장기화돼 경제가 침체 상태(recession)에 빠질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내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 최대 모기지 회사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의 최고경영자(CEO)인 안젤로 모질로는 23일(현지시간) C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주택경기 침체가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더욱 장기화돼 미국 경제를 침체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며 "경기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FRB가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컨트리와이드는 올 상반기 모기지 시장 점유율이 17.4%인 최대 모기지 회사다.

이달 초 신용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은행들의 지원으로 위기를 넘겼다.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도 이날 "주택경기 침체가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다"며 "주택 판매와 건설은 내년 중반까지 감소세를 지속할 것이며 주택 가격도 완만하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행히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7월 신규주택 매매는 전달보다 2.8% 증가한 87만건을 기록했다.

전문가들 예상치인 82만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신용 경색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7월 말까지의 집계다.

8월 이후 주택 시장 통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이처럼 주택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결국 소비 둔화로 이어져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하던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은 지난 7월엔 4.64%로 전달(4.62%)보다 상승해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경제예측 전문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는 서브프라임 파장을 반영,올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낮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계 CEO들이 잇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앨런 멀럴리 포드 CEO는 이날 "지금은 FRB가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할 절박한 시점"이라고 말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CEO도 전날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또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이번 사태로 200만명의 미국인이 집을 잃을지 모른다"며 "FRB가 아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들을 구제해야 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는 물론 정부의 직접 개입을 촉구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