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동안 굴지의 보험업체 A사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한 최모씨(28·남)는 이 회사의 인턴제도에 대해 적잖이 실망했다.

그는 "인턴사원들에게 복사 등 잡무 중심의 일을 시키는 데다 하는 일 없이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력서에 인턴 경력을 쓸 수 있게 됐다는 것 외에 얻은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무역업체 D사에서 인턴사원을 지낸 한모씨(여·25)도 졸업 후 이 회사에는 절대로 지원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남성 위주인 이 회사에서 여사원이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았다"며 "여자가 들어오면 커피 심부름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반면 CJ에서 인턴생활을 마친 이상협씨(27·서울대 경영학과 4학년)는 "대부분들의 직원들이 친절한 데다 멘토 선배가 잘해줘서 조직 적응이 쉬웠다"며 "CJ 인턴사원을 거친 대부분의 동기들이 나중에 꼭 들어오고 싶어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잡무가 아닌 업무 중심으로 일을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5주간 하나은행 인턴사원으로 일한 이원석씨(28·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도 "하나은행은 연봉과 조직문화라는 두 가지 점에서 일하고 싶은 회사"라며 "세금 전 초봉이 4835만원이란 얘기를 듣고 굉장히 놀랐다"고 귀띔했다.

지금까지 인턴사원들은 평가를 받기만 했다.

인턴을 성실히 한 사람들을 채용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기업에 잘보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상황이 역전되는 분위기다.

인턴사원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이 거꾸로 기업을 평가해 정보를 퍼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턴들이 '취재'한 기업 정보는 주로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유통된다.

한국경제신문과 취업 포털 커리어는 기업 정보 통신원 역할을 하고 있는 인턴 경험자 245명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자신이 인턴으로 근무했던 기업을 평가하는 '인턴기업 평가' 설문조사를 벌였다.

자신이 인턴십을 경험한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답변과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55 대 44로 거의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은 135명(55%) 중 가장 많은 45명이 '높은 연봉'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그 다음으로 38명은 '적성에 맞아서'라고 응답했다.

정보통신 대기업인 'LG파워콤'이 인턴 대학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한킴벌리와 CJ도 인턴사원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110명(45%) 중 가장 많은 44명은 직원 복지,근무 강도 등에서 기업의 배려가 적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기태 커리어 대표는 "인턴 경험자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인턴에게 나쁜 기업 평가를 받으면 인터넷에 번져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거꾸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