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간) 오후 4시30분 세계적인 공연 축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시 어셈블리극장 앞.이곳에는 공연을 보기 위해 40m가량 줄을 선 사람들로 크게 붐볐다.

잠시 후 'sold out(매진)'이라는 간판이 걸리자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이 여기저기 들렸다.

이 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한국의 익스트림 댄스 코미디 '브레이크 아웃'(한국명 '피크닉').이번 페스티벌의 오프닝 퍼레이드에서 '베스트 워킹 그룹상'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돌풍을 예고했다.

'브레이크 아웃' 외에도 '보이첵' 등 올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한 일부 한국 공연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세계 공연시장의 중심인 뉴욕 브로드웨이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공연계에서는 보고 있다.

◆'환상적(fantastic)' '놀라운(amazing)' 등 호평 잇따라=이날 오후 5시 '브레이크 아웃' 공연이 시작되자 극장 안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곧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아예 배꼽을 잡고 폭소를 터뜨리는 관객들이 늘어났다.

영국 관객 크리스티 램지씨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재밌다.

비보이들의 현란한 춤동작까지 지금까지 페스티벌에서 본 공연 중 최고"라고 말했다.

어셈블리극장 관계자 역시 "에든버러 실내 극장 가운데 가장 큰 이곳(640석)에서 벌써 5번이나 매진을 기록했다"며 놀라워했다.

호평을 받고 있는 한국 공연은 '브레이크 아웃'만이 아니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연극 '보이첵'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권위있는 '헤럴드 엔젤상'과 '피지컬 시어터 상'을 받았다.

영국 BBC 방송은 올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출품된 2000여개 작품 가운데 '톱 10'에 '보이첵'을 올리기도 했다.

이외 '스핀 오딧세이'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등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한국 작품들 상당수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국 작품 수는 역대 최대인 13편으로 작년(7편)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세계시장 진출 '청신호'=올해 페스티벌에는 공연 기획·수입업자와 평론가 등 세계 각지에서 온 200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매진 행렬 등을 이룬 한국 공연들은 이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퍼포먼스 '점프'와 '난타'도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통해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공연 수입차 페스티벌에 왔다는 프랑스의 마리 브숑씨는 "에든버러는 공연기획자들의 최종 목표인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할 수 있는지 시험받는 데뷔 무대"라고 설명했다.

브로드웨이 무대 등에 서게 되면 다른 나라로의 수출이나 로드쇼도 쉽게 성사된다.

'브레이크 아웃'을 기획한 예감의 김경훈 대표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해외 네트워크가 약한 한국 공연업계 입장에서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라며 "현지의 기대를 넘어서는 호응은 작품 수출에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에든버러(스코틀랜드)=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란= 1947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쟁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예술로 치유하고 재통합하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을 모태로 한다.

이때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공식적으로 초청받지 못한 8개 공연단체가 프린지(fringe·주변) 지역에 임시로 공연을 올린 것이 프린지 페스티벌의 시초다.

이런 전통이 이어져 지금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참가작을 까다롭게 고르는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달리 프린지 페스티벌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참가 기회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