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플라자] 감성과 이성의 투자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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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성 < 휴잇어소시엇츠 이사 >
얼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산운용사인 뱅가드(Vanguard)에서는 미국 고객들의 저축·투자에 대한 성향을 조사 분석한 바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절반을 훨씬 넘는 고객들이 노후(老後)에 대비한 저축이나 투자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일종의 거부반응마저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특징은 여러 가지 이유로 더 많은 노후소득이 필요할 것이 분명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自畵像)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최근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가부장적 자유주의(Liberal Paternalism)'를 원칙으로 하는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흥미롭다.
미국의 와튼스쿨,시카고 경영대학 등을 중심으로 하는 행동경제학자(Behavioural Economist)들은 저축과 투자에 대한 비(非)이성적인 판단이 뇌의 의사결정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뇌에는 이성적 판단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부분과 본능적이고 감성적 의사결정의 두 부분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두 부분이 서로 합의하지 못할 때 대부분의 경우 감성적인 부분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물론 감성적인 부분에서 '위험'을 감지하게 되면 이성적인 의사결정에서와 결과적으로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노후의 문제처럼 매우 먼 미래의 문제에 대한 '위험'을 감성적인 부분에서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따라서 먼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서 저축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소비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된다는 것이다.
뇌의 감성적인 부분은 그 밖에도 몇 가지 의외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선택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특정 선택에 관해 뚜렷한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위험도가 다른 다양한 투자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개인별로 뚜렷한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참조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을 '선호의 역전(Preference Reversal)'이라고 한다.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단순화를 통해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도 발견됐다.
휴리스틱은 알고리즘과 반대의 개념으로,종합적이고 전체적인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그때 그 때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주식형펀드를 많이 제공하는 A금융회사에서는 주식형펀드가 그럴 듯해 보였는데,B라는 금융사에서는 오히려 채권형 펀드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선택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투자자들의 행태를 '관성의 법칙(Inertia)'이라고 한다.
2003년에 설정된 퇴직연금 펀드의 주식투자비율이 50%인데 비해,주식시장이 좋았던 1995년도에 설정됐던 퇴직연금 펀드가 최근까지도 70% 정도의 주식투자비중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참조할 만하다.
미국의 뱅가드를 비롯한 피델리티,티로 프라이스 등의 자산운용사들은 고객들의 이러한 비이성성을 간파하고,이들이 보다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금융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상품들은 말 그대로 자동으로 모든 것이 진행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고객 개인의 기간별 부담금 또는 저축액,그리고 투자의 방법,연금의 지급방법 등이 모두 기본사양(Default)으로 사전에 정해져 있어서 고객의 선택을 최소화해 준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선호의 역전,휴리스틱,관성의 법칙으로 비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소비자들로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으면 1백여개에 이르는 펀드를 제공해 자유로운 선택을 독려하던 금융회사들이 고객의 의사결정 부담을 줄이고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가부장적 자유주의'로 선회(旋回)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컨설턴트
얼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산운용사인 뱅가드(Vanguard)에서는 미국 고객들의 저축·투자에 대한 성향을 조사 분석한 바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절반을 훨씬 넘는 고객들이 노후(老後)에 대비한 저축이나 투자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일종의 거부반응마저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특징은 여러 가지 이유로 더 많은 노후소득이 필요할 것이 분명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自畵像)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최근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가부장적 자유주의(Liberal Paternalism)'를 원칙으로 하는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흥미롭다.
미국의 와튼스쿨,시카고 경영대학 등을 중심으로 하는 행동경제학자(Behavioural Economist)들은 저축과 투자에 대한 비(非)이성적인 판단이 뇌의 의사결정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뇌에는 이성적 판단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부분과 본능적이고 감성적 의사결정의 두 부분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두 부분이 서로 합의하지 못할 때 대부분의 경우 감성적인 부분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물론 감성적인 부분에서 '위험'을 감지하게 되면 이성적인 의사결정에서와 결과적으로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노후의 문제처럼 매우 먼 미래의 문제에 대한 '위험'을 감성적인 부분에서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따라서 먼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서 저축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소비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된다는 것이다.
뇌의 감성적인 부분은 그 밖에도 몇 가지 의외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선택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특정 선택에 관해 뚜렷한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위험도가 다른 다양한 투자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개인별로 뚜렷한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참조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을 '선호의 역전(Preference Reversal)'이라고 한다.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단순화를 통해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도 발견됐다.
휴리스틱은 알고리즘과 반대의 개념으로,종합적이고 전체적인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그때 그 때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주식형펀드를 많이 제공하는 A금융회사에서는 주식형펀드가 그럴 듯해 보였는데,B라는 금융사에서는 오히려 채권형 펀드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선택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투자자들의 행태를 '관성의 법칙(Inertia)'이라고 한다.
2003년에 설정된 퇴직연금 펀드의 주식투자비율이 50%인데 비해,주식시장이 좋았던 1995년도에 설정됐던 퇴직연금 펀드가 최근까지도 70% 정도의 주식투자비중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참조할 만하다.
미국의 뱅가드를 비롯한 피델리티,티로 프라이스 등의 자산운용사들은 고객들의 이러한 비이성성을 간파하고,이들이 보다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금융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상품들은 말 그대로 자동으로 모든 것이 진행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고객 개인의 기간별 부담금 또는 저축액,그리고 투자의 방법,연금의 지급방법 등이 모두 기본사양(Default)으로 사전에 정해져 있어서 고객의 선택을 최소화해 준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선호의 역전,휴리스틱,관성의 법칙으로 비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소비자들로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으면 1백여개에 이르는 펀드를 제공해 자유로운 선택을 독려하던 금융회사들이 고객의 의사결정 부담을 줄이고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가부장적 자유주의'로 선회(旋回)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