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이 경쟁력이다] 비즈니스ㆍ자선 결합 '창조적 자본주의'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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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윤창출과 효율극대화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서 경쟁과 자선을 동시에 지향하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로 옮겨가고 있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기업활동을 통해 돈도 벌고 자선사업도 벌이는 것을 말한다.
기존 자본주의가 이윤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창조적 자본주의는 이타적 동기를 추진동력으로 한다.
자본주의의 추진동력인 인센티브와 경쟁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질병과 빈곤을 해소하는데도 관심을 쏟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신자본주의(The New Capitalism)'라고 이름 붙였고 일부 학자들은 제3의 자본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 6월 하버드대학 명예졸업장을 받는 자리에서 "혜택받은 사람들이 사랑과 헌신으로 세상을 바꿔보자"며 창조적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의 등불 '나눔경영'
창조적 자본주의를 이끌어갈 주체는 누구일까. 바로 자선사업과 비즈니스 간 경계를 허물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기업을 말한다. 다시말해 기업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창출된 이익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다시 투자하는 나눔의 경영을 펼치는 회사다.
외국에서도 나눔 경영이 나타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사회적 기업은 노벨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 빈민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67)가 세운 그라민뱅크가 처음이라고 한다. 유누스는 빈민층에 자활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30여년 전인 1976년 그라민뱅크를 세워 소액대출운동(마이크로크레디트)을 주도했고 그 뒤 제2의 유누스가 세계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 유제품 기업인 다농은 유누스가 만든 요구르트 회사에 투자,영양이 풍부한 고급 요구르트를 시중가격의 절반에 방글라데시 지역 빈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지역 빈민의 소득과 일자리도 늘리고 건강도 챙기는 선순환구조다. 다농은 공장 1개당 1600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회사 이익을 바탕으로 향후 10년에 걸쳐 전국에 50개의 공장을 더 짓는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남부 아프리카의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을 치료하기 위해 헬스케어 비용과 약을 지원하는 클리닉 설립에 투자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이제 기부가 아니라 투자라고 강조한다.
◆도처에 확산되는 사회적 기업
1986년 아프리카 르완다로 자원봉사를 간 재클린 노보그라츠는 굶는 미혼모들을 위해 마을에서 생산되는 땅콩으로 버터를 함께 만들었다. 그는 이 사업이 히트를 치자 아예 공장을 세우고 채용인원도 계속 늘려 미혼모들이 땅콩버터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올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업사회공헌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 보스턴 칼리지 부설 기업시민연구소 브래들리 구긴스 소장은 자선ㆍ기부ㆍ준법 등 전통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의존하는 구식 모델에서 벗어나 사회적 이슈들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컨퍼런스에서 세계적인 IC 제조 업체인 AMD의 '50/15' 프로젝트는 사회이슈에 대해 비즈니스 혁신이 적용된 사회공헌의 진화된 모델로 평가됐다.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2015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50%가 가질 수 있도록 해 정보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 목표다. 중국의 컴퓨터 업체인 레노버와 함께 농촌지역 학교의 정보화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후원이 활발한 영국은 지난해 말 현재 5만5000여개의 사회적 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들 사회적 기업의 연간 총매출은 270억파운드 이상이다.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 그린웍스다. 이 회사는 대기업과 정부에서 사용하고 남은 사무용 가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학교,자선단체,지역사회,신생기업 등에 제공한다. 그린웍스는 환경친화라는 핵심가치를 상업적으로 활용해 브랜드 가치도 함께 높이고 있다.
영국 더햄주 핀도우 커뮤니티칼리지 학생들은 아프리카 가나의 학생들이 오염된 물이라도 구하기 위해 수마일에 달하는 먼 길을 걸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자 사회적 기업 '워터웍스'(water works)를 탄생시켰다. 학생들은 생수업체인 애비월사와 물 한 병을 30페니에 구입하기로 계약하고 학교에서 대출을 받아 물을 사들였다. 이어 구매한 물을 50페니에 되파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2500파운드의 이익금을 확보했고 이 돈으로 가나 아둠반소 초등학교 등에 우물을 만들어줄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2005년 국내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한 돈은 1조4025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4% 늘어났다. 이는 선진국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국내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비중이 매출액 대비 0.17%로 일본 기업의 0.13%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이윤창출과 효율극대화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서 경쟁과 자선을 동시에 지향하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로 옮겨가고 있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기업활동을 통해 돈도 벌고 자선사업도 벌이는 것을 말한다.
기존 자본주의가 이윤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창조적 자본주의는 이타적 동기를 추진동력으로 한다.
자본주의의 추진동력인 인센티브와 경쟁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질병과 빈곤을 해소하는데도 관심을 쏟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신자본주의(The New Capitalism)'라고 이름 붙였고 일부 학자들은 제3의 자본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 6월 하버드대학 명예졸업장을 받는 자리에서 "혜택받은 사람들이 사랑과 헌신으로 세상을 바꿔보자"며 창조적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의 등불 '나눔경영'
창조적 자본주의를 이끌어갈 주체는 누구일까. 바로 자선사업과 비즈니스 간 경계를 허물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기업을 말한다. 다시말해 기업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창출된 이익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다시 투자하는 나눔의 경영을 펼치는 회사다.
외국에서도 나눔 경영이 나타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사회적 기업은 노벨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 빈민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67)가 세운 그라민뱅크가 처음이라고 한다. 유누스는 빈민층에 자활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30여년 전인 1976년 그라민뱅크를 세워 소액대출운동(마이크로크레디트)을 주도했고 그 뒤 제2의 유누스가 세계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 유제품 기업인 다농은 유누스가 만든 요구르트 회사에 투자,영양이 풍부한 고급 요구르트를 시중가격의 절반에 방글라데시 지역 빈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지역 빈민의 소득과 일자리도 늘리고 건강도 챙기는 선순환구조다. 다농은 공장 1개당 1600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회사 이익을 바탕으로 향후 10년에 걸쳐 전국에 50개의 공장을 더 짓는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남부 아프리카의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을 치료하기 위해 헬스케어 비용과 약을 지원하는 클리닉 설립에 투자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이제 기부가 아니라 투자라고 강조한다.
◆도처에 확산되는 사회적 기업
1986년 아프리카 르완다로 자원봉사를 간 재클린 노보그라츠는 굶는 미혼모들을 위해 마을에서 생산되는 땅콩으로 버터를 함께 만들었다. 그는 이 사업이 히트를 치자 아예 공장을 세우고 채용인원도 계속 늘려 미혼모들이 땅콩버터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올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업사회공헌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 보스턴 칼리지 부설 기업시민연구소 브래들리 구긴스 소장은 자선ㆍ기부ㆍ준법 등 전통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의존하는 구식 모델에서 벗어나 사회적 이슈들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컨퍼런스에서 세계적인 IC 제조 업체인 AMD의 '50/15' 프로젝트는 사회이슈에 대해 비즈니스 혁신이 적용된 사회공헌의 진화된 모델로 평가됐다.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2015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50%가 가질 수 있도록 해 정보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 목표다. 중국의 컴퓨터 업체인 레노버와 함께 농촌지역 학교의 정보화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후원이 활발한 영국은 지난해 말 현재 5만5000여개의 사회적 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들 사회적 기업의 연간 총매출은 270억파운드 이상이다.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 그린웍스다. 이 회사는 대기업과 정부에서 사용하고 남은 사무용 가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학교,자선단체,지역사회,신생기업 등에 제공한다. 그린웍스는 환경친화라는 핵심가치를 상업적으로 활용해 브랜드 가치도 함께 높이고 있다.
영국 더햄주 핀도우 커뮤니티칼리지 학생들은 아프리카 가나의 학생들이 오염된 물이라도 구하기 위해 수마일에 달하는 먼 길을 걸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자 사회적 기업 '워터웍스'(water works)를 탄생시켰다. 학생들은 생수업체인 애비월사와 물 한 병을 30페니에 구입하기로 계약하고 학교에서 대출을 받아 물을 사들였다. 이어 구매한 물을 50페니에 되파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2500파운드의 이익금을 확보했고 이 돈으로 가나 아둠반소 초등학교 등에 우물을 만들어줄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2005년 국내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한 돈은 1조4025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4% 늘어났다. 이는 선진국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국내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비중이 매출액 대비 0.17%로 일본 기업의 0.13%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