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좌담회] "나눠먹기식 아닌 새로운 파이 창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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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국내 산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24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윤호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호시노 데쓰오 일본 기후차체공업 회장을 초청,좌담회를 가졌다.
기후차체공업은 도요타자동차의 8대 협력업체로,호시노 회장은 한국 기업에 도요타생산방식을 전수해 준 공로로 한국 정부로부터 지난 4월 수교훈장 숭례상을 받았다.
참석자들은 상생협력이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며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해야 하며,중소기업은 100%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또 상생협력을 장기적이고 시장친화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윤호 전경련 부회장(사회)=정부가 2005년부터 대·중소기업 간 다양한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 산업계에 보급해 왔습니다.
성과도 적지 않았는데요.
◆김영주 산자부 장관=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잘못하면 대기업에 부담만 주는 것으로 인식될까봐 염려했습니다.
그러나 상생협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친화적 윈윈(win-win) 모델입니다.
개별 기업 경쟁력의 원천과 범위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기업생태계로 봐야 합니다.
현재 공동 기술 개발,퇴직 임원이나 현직 직원 파견,판매망 공유,자금 대출시 보증 지원 등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대·중소기업 간 관계가 상생 문화로 정착됐다고 하기엔 일천한 수준입니다.
기업의 형태나 유형에 따라서 상생협력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가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이 부회장=상생협력은 철학적 뼈대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무엇이냐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있어야 합니다.
경쟁력 제고 효과를 공유해 새로 파이를 늘려 나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봐야지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부품업체들과의 상생협력에서 앞서 있다고 보는데 그동안 성과와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자동차 한 대에는 2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협력업체가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많습니다.
따라서 부품업체와의 협력관계가 자동차 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이지요.
협력업체에 연구개발,설비투자,원자재 구입비 등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2조3000억원,올해 2조5000억원 등 2010년까지 15조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통해 협력업체들이 소모품 등을 공동구매로 싸게 구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연간 1200억원 규모입니다.
또 협력업체의 기술 향상을 위해 기술고문팀을 파견해 상주시켰습니다.
퇴직 임원들은 경영관리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함께 진출한 협력업체에는 현지의 언어와 문화 관습 등도 교육합니다.
예전에는 기술 도면을 설계하고 확정해서 협력업체에 내려보내 이대로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협력업체가 참여합니다.
부품 개발 기간이 단축됐고 나중에 조립할 때 문제가 발견되면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협력업체들의 기술력 향상에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 파이브스타라는 인증 평가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품질과 기술 수준을 평가해 인증을 받으면 상금을 수여하고 개발비도 지원하는 등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기후차체공업과 도요타는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요타 생산방식이 협력업체에도 잘 접목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호시노 데쓰오 기후차체공업 회장=도요타는 부품협력업체를 큰 회사건 작은 회사건 상관없이 동등한 파트너로 봅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중 70%를 부품업체가 공급하기 때문에 부품업체를 완벽한 파트너로 레벨업시키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도요타 방식은 저스트 인 타임(JIT·적기부품조달체제) 생산방식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를 사흘치만 유지합니다.
협력업체가 만든 부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라인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품질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릅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정부가 규제를 풀고 나서 상생협력을 얘기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대기업이 자유롭게 부품 소재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풀어주는 건 어떻습니까.
노키아는 부품협력업체와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파트너 관계로 가는 데 25년 걸렸습니다.
자연스레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김 장관=문제되는 게 수도권 규제,환경 규제,출자총액제한 규제 등입니다.
이건 다른 정책 목적이 있습니다.
나머지 다른 규제는 총리실 산하의 민관합동조직인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또 대기업이 모든 걸 잘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중소기업은 기동력이 있고 해당 분야에만 집중한다는 장점이 있죠.상생협력촉진법이 있지만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걸림돌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정부 역할입니다.
상생협력을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여태까지 상생협력에 대해 깊은 문제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이슈화,공론화하면서 틀을 잡아가는 과정입니다.
좋은 경험이 자꾸 쌓여가면서 현대차와 같이 성공하고 검증된 사례를 타 업종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이지요.
◆안 위원=도요타가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노사관계 안정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내부비용이 덜 드니까,이익 공유로 넘어가 협력업체 몫이 많아진 것 아닐까요.
◆김 부회장=경쟁력 측면에서 볼 때 노사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해외시장에서 일본 업체가 주 경쟁 상대인데 노사관계가 좋고 생산력이 굉장히 높습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은 도요타가 현대차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원을 협력업체에 더 배분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죠.
◆김 장관=노사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지만 근로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도 포함해서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합니다.
저쪽이 잘되면 나도 잘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호시노 회장=조언을 하나 하자면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것에 대해 굉장히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런데 또 새로운 것이 나오면 그쪽으로 쏠립니다.
'도요타 생산방식'을 강조하다가 '6시그마'가 나오니까 거기에 열중합니다.
도요타의 기업문화는 40~50년에 걸쳐 정착됐습니다.
안정된 후에도 계속 개선을 더해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만의 기업문화,즉 제조업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완성해야 합니다.
하나를 잡아서 10~15년 끈기 있게 연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부회장=동반성장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연구개발 능력,원천기술력 등입니다.
미래 첨단 신기술도 협력업체들이 자기 분야는 스스로 개발해야 우리의 연구개발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정책당국과 대·중소기업 모두 상생협력 노력을 시장친화적인 기반 위에서 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 만큼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가야 합니다.
정재형/강은구 기자 jjh@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은 24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윤호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호시노 데쓰오 일본 기후차체공업 회장을 초청,좌담회를 가졌다.
기후차체공업은 도요타자동차의 8대 협력업체로,호시노 회장은 한국 기업에 도요타생산방식을 전수해 준 공로로 한국 정부로부터 지난 4월 수교훈장 숭례상을 받았다.
참석자들은 상생협력이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며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해야 하며,중소기업은 100%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또 상생협력을 장기적이고 시장친화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윤호 전경련 부회장(사회)=정부가 2005년부터 대·중소기업 간 다양한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 산업계에 보급해 왔습니다.
성과도 적지 않았는데요.
◆김영주 산자부 장관=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잘못하면 대기업에 부담만 주는 것으로 인식될까봐 염려했습니다.
그러나 상생협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친화적 윈윈(win-win) 모델입니다.
개별 기업 경쟁력의 원천과 범위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기업생태계로 봐야 합니다.
현재 공동 기술 개발,퇴직 임원이나 현직 직원 파견,판매망 공유,자금 대출시 보증 지원 등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대·중소기업 간 관계가 상생 문화로 정착됐다고 하기엔 일천한 수준입니다.
기업의 형태나 유형에 따라서 상생협력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가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이 부회장=상생협력은 철학적 뼈대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무엇이냐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있어야 합니다.
경쟁력 제고 효과를 공유해 새로 파이를 늘려 나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봐야지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부품업체들과의 상생협력에서 앞서 있다고 보는데 그동안 성과와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자동차 한 대에는 2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협력업체가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많습니다.
따라서 부품업체와의 협력관계가 자동차 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이지요.
협력업체에 연구개발,설비투자,원자재 구입비 등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2조3000억원,올해 2조5000억원 등 2010년까지 15조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통해 협력업체들이 소모품 등을 공동구매로 싸게 구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연간 1200억원 규모입니다.
또 협력업체의 기술 향상을 위해 기술고문팀을 파견해 상주시켰습니다.
퇴직 임원들은 경영관리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함께 진출한 협력업체에는 현지의 언어와 문화 관습 등도 교육합니다.
예전에는 기술 도면을 설계하고 확정해서 협력업체에 내려보내 이대로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협력업체가 참여합니다.
부품 개발 기간이 단축됐고 나중에 조립할 때 문제가 발견되면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협력업체들의 기술력 향상에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 파이브스타라는 인증 평가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품질과 기술 수준을 평가해 인증을 받으면 상금을 수여하고 개발비도 지원하는 등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기후차체공업과 도요타는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요타 생산방식이 협력업체에도 잘 접목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호시노 데쓰오 기후차체공업 회장=도요타는 부품협력업체를 큰 회사건 작은 회사건 상관없이 동등한 파트너로 봅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중 70%를 부품업체가 공급하기 때문에 부품업체를 완벽한 파트너로 레벨업시키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도요타 방식은 저스트 인 타임(JIT·적기부품조달체제) 생산방식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를 사흘치만 유지합니다.
협력업체가 만든 부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라인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품질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릅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정부가 규제를 풀고 나서 상생협력을 얘기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대기업이 자유롭게 부품 소재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풀어주는 건 어떻습니까.
노키아는 부품협력업체와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파트너 관계로 가는 데 25년 걸렸습니다.
자연스레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김 장관=문제되는 게 수도권 규제,환경 규제,출자총액제한 규제 등입니다.
이건 다른 정책 목적이 있습니다.
나머지 다른 규제는 총리실 산하의 민관합동조직인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또 대기업이 모든 걸 잘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중소기업은 기동력이 있고 해당 분야에만 집중한다는 장점이 있죠.상생협력촉진법이 있지만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걸림돌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정부 역할입니다.
상생협력을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여태까지 상생협력에 대해 깊은 문제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이슈화,공론화하면서 틀을 잡아가는 과정입니다.
좋은 경험이 자꾸 쌓여가면서 현대차와 같이 성공하고 검증된 사례를 타 업종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이지요.
◆안 위원=도요타가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노사관계 안정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내부비용이 덜 드니까,이익 공유로 넘어가 협력업체 몫이 많아진 것 아닐까요.
◆김 부회장=경쟁력 측면에서 볼 때 노사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해외시장에서 일본 업체가 주 경쟁 상대인데 노사관계가 좋고 생산력이 굉장히 높습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은 도요타가 현대차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원을 협력업체에 더 배분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죠.
◆김 장관=노사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지만 근로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도 포함해서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합니다.
저쪽이 잘되면 나도 잘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호시노 회장=조언을 하나 하자면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것에 대해 굉장히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런데 또 새로운 것이 나오면 그쪽으로 쏠립니다.
'도요타 생산방식'을 강조하다가 '6시그마'가 나오니까 거기에 열중합니다.
도요타의 기업문화는 40~50년에 걸쳐 정착됐습니다.
안정된 후에도 계속 개선을 더해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만의 기업문화,즉 제조업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완성해야 합니다.
하나를 잡아서 10~15년 끈기 있게 연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부회장=동반성장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연구개발 능력,원천기술력 등입니다.
미래 첨단 신기술도 협력업체들이 자기 분야는 스스로 개발해야 우리의 연구개발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정책당국과 대·중소기업 모두 상생협력 노력을 시장친화적인 기반 위에서 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 만큼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가야 합니다.
정재형/강은구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