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와 HD DVD 간의 차세대 DVD 표준 경쟁이 '듀얼 플레이어'로 결말이 날 전망이다.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와 HP도 한 가지 표준을 고수하던 방침을 바꿔 둘을 모두 쓸 수 있는 듀얼 플레이어를 내놓기로 했다.

아직은 싱글 제품에 비해 가격이 2배나 되는 게 흠이지만 내년 이후 가격 차가 좁혀질 전망이다.

블루레이를 지지해온 삼성전자는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멀티미디어 전시회 'IFA 2007'에 복합 제품인 '듀어 HD BD-UP5000'을 선보인다.

세계 1위 PC업체 HP도 두 규격을 모두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광드라이브 탑재 데스크톱PC'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LG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CES'에서 '슈퍼블루'라는 듀얼 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블루레이와 HD DVD는 DVD의 집적도와 영상 및 음향 재현 기술을 개선한 기술이다.

650나노미터(㎚) 적색 레이저를 사용하는 기존 DVD와 달리 파장 간격이 좁은 405㎚ 청자색 레이저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록 집적도가 높다.

블루레이는 집적도가 높아 저장용량을 확대하기가 쉽고,HD DVD는 기존 DVD 생산라인을 활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세계 전자업계는 지금까지 블루레이와 HD DVD 두 진영으로 갈려 차세대 DVD 표준 경쟁을 벌여왔다.

블루레이 진영은 소니픽처스,20세기폭스,월트디즈니,MGM,블록버스터 등의 지원을 받아 올 상반기 미국에서 HD DVD의 2배에 달하는 160만장의 타이틀을 판매했다.

초기에 기선을 잡은 셈이다.

그러나 최근 파라마운트와 드림웍스가 HD DVD 진영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시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두 가지 DVD 타이틀의 보급량이 늘어날수록 듀얼플레이어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듀얼 플레이어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 가격 하락도 듀얼 플레이어 확산을 재촉할 전망이다.

도시바의 HD DVD 플레이어는 이미 299달러까지 떨어졌고 소니의 블루레이 플레이어도 449달러 수준으로 내려갔다.

DVD 표준 경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DVD 기록방식을 놓고도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R' 방식을 내놓은 필립스,'-R' 방식의 파이어니어,'RAM' 방식의 마쓰시타,히타치 등이 수년 전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결국 DVD 기록장치 가격이 내려가면서 세 가지 형식을 모두 지원하는 슈퍼 멀티 드라이브가 대세가 됐다.

김진용 LG전자 디지털미디어연구소장은 "DVD 기록방식 표준 경쟁을 봐도 차세대 DVD의 결말은 듀얼 플레이어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이후 차세대 DVD 부품 가격이 내려가 듀얼 플레이어의 입지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