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내구재주문과 신규주택 판매실적이 지난 7월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런 양호한 모습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에 따른 신용경색이 본격화하기 이전 상태로 8월에도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올해 미 전국 집값은 1950년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 상무부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중 내구재주문동향과 신규주택 판매실적은 월가의 예상을 깨는 말 그대로 '깜짝 실적'이었다.

내구재 주문은 전달보다 5.9% 증가한 2307억달러에 이르렀다.

항공기 자동차 컴퓨터 기계장비 철강 들의 주문이 고르게 증가한 덕택이다.

이는 월가의 당초 예상치 1.5%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이다.

특히 기업의 설비투자를 의미하는 핵심 자본재 주문은 2.2% 늘어났다.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주택경기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자아냈다.

지난 7월 중 팔린 신규주택은 전달보다 2.8% 증가한 87만채(연율 환산기준)였다.

이 같은 깜짝실적 덕분에 지난 24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42.99포인트(1.08%)오른 13,378.87로 마감됐다.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1.38%와 1.15% 급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실적호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문을 표시한다.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이 본격화한 것은 8월부터이므로 8월 경제지표를 봐야만 서브프라임 파문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특히 신규주택 판매가 예상보다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택경기 부진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신규주택 판매실적은 작년 7월에 비해선 10.2% 감소했다.

7월 중 주택가격은 30만800달러로 작년동월(31만1300달러)보다 3.4% 하락했다.

더구나 올 미국 전역의 집값은 1950년 이후 57년 만에 하락(하락률 1~2%)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올 내림세를 보인 집값은 내년과 2009년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고 지난 7월의 깜짝 실적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서브프라임 파문을 경제가 어느 정도 소화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해서다.

이것이 FRB가 연 5.25%인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의 인하를 미루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