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주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현장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 정도가 공사 대금이 제때 나오지 않아 공사가 지연·중단되는 사례가 잦아 건설 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SOC 관련 예산이 매년 사회복지·국방·교육 등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감소하거나 '제자리 걸음'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26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전국 400여개의 도로·터널·교량 등 SOC 건설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47.4%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들 공사를 진행 중인 건설업체들의 48.5%는 자금이 모자라 공사 인력과 공정을 축소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심지어 45.4%는 외상공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전남에서 1300억원짜리 도로공사를 맡고 있는 A사는 2005년 초 공사를 시작한 이래 2년여 동안 공사비를 전체의 16.3%인 215억원밖에 받지 못했다.

더욱이 올해는 배정된 예산이 10억원으로 줄어 결국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대구에서 고속철도 3개 공구를 시공 중인 B사 역시 2005년부터 올해까지 3개 현장 모두 예산 부족으로 두 차례씩 공사가 지연됐다.

이 업체는 이미 39억원의 관리비(인건비,현장운영비 등)를 지출했으나,발주기관으로부터 한푼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

또 1200억원 규모의 전북지역 일반국도 공사를 진행 중인 C사는 발주기관으로부터 자금이 나오지 않아 2005년부터 3년째 20여억원의 자체자금을 투입해 외상공사를 하고있다.

이 업체는 선 시공으로 추가된 간접비 등은 아예 청구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전국 SOC 건설현장들이 최근 3년간 배정받은 예산은 당초 예정액의 70.6%에 불과하다.

특히 도로·철도 등은 67%밖에 안 된다.

이에 따라 공정률은 당초 계획의 68.2%에 그치고 있다.

장기공사일수록 예산 부족과 이에 따른 공기지연은 더욱 심각하다.

장기공사시설의 경우 계약 첫해 예산배정액은 평균 3.8%에 불과해 공사가 지연·연장되는 현장이 60.9%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공사가 3년 이상 지연되는 건설현장이 42%나 된다.

이는 SOC 예산이 사회복지·국방·교육분야에 밀려 매년 감소하거나,전년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SOC 예산은 올해보다 6000억원이 감소한 17조8000억원에 그칠 전망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처럼 정부 발주 공사가 예산 부족으로 중단·지연되는 일이 계속될 경우 건설업체들의 경영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해당 SOC시설의 품질 저하 △공사현장의 안전사고 위험 증가 △공기지연에 따른 사업비 급증 등의 많은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