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 相 浩 < 한국투자증권 사장 jamesryu@truefriend.com >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자식 사랑이야 새삼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요즘 아빠들의 딸 사랑은 좀 더 애틋한 것 같다.

얼마 전 런던에서부터 친하게 지내던 분들이 모처럼 귀국해 몇 년 만에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때 모였던 분들 중에 딸 하나만 둔 아빠가 있었는데 그 분의 딸에 대한 짝사랑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어쩌면 내 모습과 그리도 흡사한지 마치 동지가 생긴 듯해 흐뭇했다.

필자도 딸 하나만 둔 아빠의 처지로 딸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평상시에도 어떻게 하면 딸에게 점수를 잘 딸까 하고 전전긍긍하는 입장이다.

어느 아빠가 딸 앞에서 녹아내리지 않을까 싶겠나만 이는 어릴 때부터 아빠와 함께 놀기를 좋아하던 딸에게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인색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 내지 후회가 섞여서일 것이다.

또 훌쩍 커서 벌써 대학생이 된 딸에게 이제는 인생의 본보기이자 조언자가 돼야 할 입장임에도 내가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여성 인력 활용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딸의 사회적 성취는 아버지에 의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데 아버지들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자식 자랑도 팔불출에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딸아이가 그저 자랑스럽고 고맙다.

아빠의 부족함에도 딸아이는 지금껏 한 번도 필자에게 걱정을 안겨준 적이 없다.

만 5돌이 지나 영국으로 건너갔다가 7년이 넘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귀국했는데 영국에서나 한국에 와서나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딸아이는 놀랄 만한 성취와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지금은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과정을 밟아 더 큰 꿈을 키우기 위해 외국 유학 중에 있다.

딸에 대한 이런 감정들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의 공통된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필자처럼 미안한 마음으로 딸의 눈치나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랑과 관심을 한껏 기울여주는 아빠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대부분의 아빠들이 직장생활이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필자처럼 나중에 후회할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커가는 단계마다 아빠들이 필요한 역할들이 있을진대 이를 아내에게 떠맡기지 말고 지금이라도 스스로 해 보자.딸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후 필자가 관심 있게 읽었던 책 'How to Father a Successful Daughter(성공하는 딸은 아버지가 만든다)'가 새삼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