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상류계급 사람들이 테레사 수녀의 노벨평화상 수상 축하파티를 열고 그녀를 초대했다.

식탁 위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했지만 테레사 수녀는 "오늘 나는 단식 중"이라고 했다.

파티의 주최자와 손님들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 음식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면 어때요?"

평생을 '빈자의 어머니'로 살았던 테레사 수녀(1910~1997년)의 10주기(9월5일)를 앞두고 그의 삶을 담은 책 '마더 테레사의 삶 그리고 신념'(예담)이 출간됐다.

저자는 1970년대 중반부터 20여년간 테레사 수녀의 빈민구제 활동을 밀착 취재한 사진가 오키 모리히로."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삶의 터전을 주는 것은 그리스도를 대하는 것과 같다"는 신념으로 모든 것을 바친 테레사 수녀의 삶을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누구든 죽어가는 순간만큼은 사람답게 해줘야 한다며 세운 '임종자의 집',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고아의 집',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평화의 마을',봉사하는 수녀들의 공동체인 '사랑의 선교 수녀회'….테레사 수녀는 "가난한 사람은 아름답습니다"라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날 내가 탁발로 얻은 얼마 되지 않는 쌀을 슬럼가에 사는 쇠약한 주부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 여인은 보잘 것 없는 그 쌀을 반으로 나누어 뒷집으로 가져갔습니다.

내가 당신 가족은 열 명이나 되는데 나머지 절반으로 부족하지 않느냐고 물었지요.

여인은 환하게 웃으면서 뒷집 사람들은 벌써 며칠째 굶고 있다고 대답하는 겁니다.

내가 가난한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뜻을 조금은 이해하시겠습니까?"

가난한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어디라도 달려가겠다는 테레사 수녀와 그 자매·봉사자들의 사랑과 헌신,가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통해 저자는 진정한 풍요와 행복이 무엇인지 전해준다.

설탕이 귀했던 시절,마더 하우스에 설탕이 없는 것을 안 네 살짜리 힌두교도 아이가 며칠 동안 먹지 않고 모은 설탕을 병에 담아와 "마더,나 사흘 설탕 안 먹었어.이거,여기 친구한테 주고 싶어"라며 내밀었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책을 번역한 정창현 옹(87)은 정호승 시인의 아버지다.

정 시인이 일본의 지인을 통해 저자로부터 받은 책을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번역했고,이를 혼자 읽기 아까워 번역서로 냈다고 한다.

정 시인은 "평생 하루 24시간 중 18시간을 봉사하는 일로 보낸 테레사 수녀님은 실천 외에는 사랑의 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고,가장 작은 실천이야말로 가장 큰 사랑이라는 것을 가르치셨다"고 밝혔다.

240쪽,98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