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보험산업] (2) 방카슈랑스의 虛와 實… 보험료 인하 효과 겨우 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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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보험개발원은 국회에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4~12%의 보험료 인하효과가 기대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로부터 4년여 뒤 금융감독원이 방카슈랑스 시행효과를 분석해본 결과 당초 기대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금감원은 '생명보험의 가격지수 동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2006년 9월까지 3년 동안 보험가격지수는 1.5%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설계사 수당과 같은 사업비가 줄어 보험료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은행을 잡기 위한 보험사들의 마케팅 경쟁과 은행의 높은 수수료율 요구 등으로 보험료 인하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대규모 지점망을 이용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보험상품을 팔았는 데도 소비자에게는 가격인하 혜택이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방카슈랑스는 2003년 9월 소비자 편익제고와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취지로 도입된 선진금융기법이었다.
하지만 4년 가까이 흘렀지만 금융감독 당국과 보험업계는 당초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소비자 혜택 미미
한국갤럽이 지난 5월 은행에서 보험을 가입했다가 2년이 지나지 않아 해약했거나 보험료를 제때 내지 않아 계약이 실효된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의 30.3%가 은행의 강압판매로 보험을 가입했다는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
다시 말해 은행이 서민이나 자영업자에게 대출해 주는 대가로 보험가입을 강요(일명 꺾기)했다는 것이다.
은행이 꺾기로 판매한 보험은 조기 해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는 꺾기 판매뿐만 아니라 조기해약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받지 못한 고객(20.3%)과 특정 보험사 상품만 권유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69.2%)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강압 판매와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보험상품에 대한 불신을 깊게 만들어 보험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2003년 9월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 소비자와 보험사,은행 모두에 이익이 되는 '트리플 윈(Triple-win)'을 기대했지만 결국 은행만 배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판매채널 확대로 인한 보험시장의 파이가 커졌고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혜택 증대보다 불완전 판매 및 강압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게 금융계의 진단이다.
◆은행과 보험의 불공정 경쟁
판매채널의 은행 쏠림현상이나 공급자와 판매자 간 불공정 경쟁도 방카슈랑스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 꼽힌다.
2006년 기준으로 전체 생보사 초회보험료(신규 가입자가 내는 첫회 보험료)의 35%,연금·저축보험의 43%가 은행창구에서 팔렸다.
전국적으로 5500여개에 달하는 은행의 판매망 위력을 실감케 한다.
특히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방카슈랑스의 72%(2006년 말 기준)를 점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은행의 판매력이 막강해지면서 보험사들은 '약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A생보사 관계자는 "19개 보험사가 4개 은행을 놓고 동시에 경쟁하는 양상이어서 은행과 보험사 간 불공정 경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은행이 보험상품 가격결정에 관여하거나 금리입찰을 통한 고금리 상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기택 경희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을 엄선해 판매함으로써 방카슈랑스에 대한 신뢰가 제고돼 은행과 보험의 시너지가 높아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그로부터 4년여 뒤 금융감독원이 방카슈랑스 시행효과를 분석해본 결과 당초 기대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금감원은 '생명보험의 가격지수 동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2006년 9월까지 3년 동안 보험가격지수는 1.5%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설계사 수당과 같은 사업비가 줄어 보험료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은행을 잡기 위한 보험사들의 마케팅 경쟁과 은행의 높은 수수료율 요구 등으로 보험료 인하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대규모 지점망을 이용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보험상품을 팔았는 데도 소비자에게는 가격인하 혜택이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방카슈랑스는 2003년 9월 소비자 편익제고와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취지로 도입된 선진금융기법이었다.
하지만 4년 가까이 흘렀지만 금융감독 당국과 보험업계는 당초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소비자 혜택 미미
한국갤럽이 지난 5월 은행에서 보험을 가입했다가 2년이 지나지 않아 해약했거나 보험료를 제때 내지 않아 계약이 실효된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의 30.3%가 은행의 강압판매로 보험을 가입했다는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
다시 말해 은행이 서민이나 자영업자에게 대출해 주는 대가로 보험가입을 강요(일명 꺾기)했다는 것이다.
은행이 꺾기로 판매한 보험은 조기 해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는 꺾기 판매뿐만 아니라 조기해약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받지 못한 고객(20.3%)과 특정 보험사 상품만 권유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69.2%)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강압 판매와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보험상품에 대한 불신을 깊게 만들어 보험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2003년 9월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 소비자와 보험사,은행 모두에 이익이 되는 '트리플 윈(Triple-win)'을 기대했지만 결국 은행만 배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판매채널 확대로 인한 보험시장의 파이가 커졌고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혜택 증대보다 불완전 판매 및 강압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게 금융계의 진단이다.
◆은행과 보험의 불공정 경쟁
판매채널의 은행 쏠림현상이나 공급자와 판매자 간 불공정 경쟁도 방카슈랑스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 꼽힌다.
2006년 기준으로 전체 생보사 초회보험료(신규 가입자가 내는 첫회 보험료)의 35%,연금·저축보험의 43%가 은행창구에서 팔렸다.
전국적으로 5500여개에 달하는 은행의 판매망 위력을 실감케 한다.
특히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방카슈랑스의 72%(2006년 말 기준)를 점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은행의 판매력이 막강해지면서 보험사들은 '약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A생보사 관계자는 "19개 보험사가 4개 은행을 놓고 동시에 경쟁하는 양상이어서 은행과 보험사 간 불공정 경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은행이 보험상품 가격결정에 관여하거나 금리입찰을 통한 고금리 상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기택 경희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을 엄선해 판매함으로써 방카슈랑스에 대한 신뢰가 제고돼 은행과 보험의 시너지가 높아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