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미생물을 이용해 설탕 대체 감미료인 '자일리톨'을 기존 생산법보다 20% 이상 싸게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별도 제조시설을 갖추지 않고 미생물 배양 설비에서 바로 생산이 가능하고 현재 국내 기업과 기술 이전 협의가 진행되고 있어 내년 중 상용화할 전망이다. 이 경우 전량 수입하고 있는 자일리톨의 국산화 효과로 연간 600억원대의 수입대체 및 막대한 수출 효과도 기대된다.

김정회 KAIST 교수는 바이오 기술을 이용해 생산수율을 98%로 높인 '자일리톨 생산 미생물 균주(학명 캔디다 트로피칼리스)'와 생산 공정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 연구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7년간 도전 끝에 이 균주의 개발에 성공했다.

자일리톨은 충치 억제 효과와 저칼로리로 인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하루 섭취 허용량을 제한하지 않을 만큼 권장받는 대체 감미료다.

이 제품은 지금까지 자작나무와 옥수수 속대를 가수분해해 원료인 자일로스를 추출한 뒤 고온·고압 상태에서 중금속인 니켈을 촉매로 사용해 정제하는 화학적 방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원재료에서 추출한 자일로스를 다른 부산물들과 분리해 고순도로 정제하는 공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많이 들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일로스의 유실로 인해 수율이 50~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환경오염 문제와 함께 니켈과 같은 중금속 사용으로 인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번에 자일로스 원료에다 캔디다 미생물 균주를 넣고 탄소와 질소 등 미량 원소가 포함된 미생물 배양기에 배양한 결과 이 균주가 인체에 무해한 자일리톨을 대량 만들어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이 균주를 생산공정에 적용할 경우 자일로스 원료를 정제할 필요없이 직접 미생물 반응을 통해 98% 이상 자일리톨로 전환할 수 있어 화학적 방법보다 38% 높은 자일리톨 전환 수율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도 20% 이상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연구의 성공 여부에 확신이 없어 국책 프로젝트 신청을 않고 학교 연구비와 학부모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연구를 해왔다"며 "세계의 많은 연구진들이 자일리톨 미생물을 찾는 데 도전하고 있지만 이 같은 고수율의 상용화 기술 개발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성과와 관련,국내 특허 1건을 취득한 데 이어 국제특허 5건과 국내 특허 1건을 출원 중이다. 전 세계 자일리톨 시장은 최근 2~3년간 연평균 35%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올해는 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