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기오염에 중국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건 30년 동안이다.

선진국들은 산업혁명부터 200년간 대기를 오염시켜오지 않았나."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2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 말이다.

메르켈 총리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중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대답이다.

선진국들이 자원을 낭비하고 대기를 오염시켜 왔으면서 중국과 같은 신흥개발국에 같은 책임을 분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원 총리가 이처럼 '중국 30년,선진국 200년 책임론'을 제기한 데는 중국과 같은 신흥개발국의 '핸디캡'을 인정해달라는 것과 다름없다.

원 총리는 이날 메르켈 총리에게 "중국처럼 가난하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환경문제를 일시에 해결하긴 어렵다"고 말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중국은 종종 개발도상국임을 내세워 선진국의 무역압력을 피해나가곤 했다.

유럽연합(EU)과 중국산 신발 반덤핑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을 때 보시라이 상무장관은 "중국에는 아직도 하루 1∼2달러로 연명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하며 선진국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고 말했었다.

또 강대국들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내는 게임의 룰에 대한 거부감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각 나라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몇몇 힘센 나라들의 이해를 반영해 소위 국제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중국에 대해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보조금문제를 들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게 대표적 예다.

중국으로서는 답답하고 짜증스러울 만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적 위상으로 볼 때 뭔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은 이미 전세계 금융시장을 들었다 놓을 수 있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고,미국을 바짝 추격할 만큼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커졌다.

중국 역시 미국처럼 중국식 일방주의를 펼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문제에 대해 계속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중국의 태도를 보면 이런 의구심이 더 깊어진다.

중국은 경제발전에 걸맞은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