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역사는 위조화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만들어지면 으레 가짜 돈이 유통되고,이 가짜 돈을 막기 위해 정교한 기술이 개발되곤 한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은 고질적인 악성 위폐는 예나 지금이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한 순간에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위폐는 고액권으로, 100달러짜리 지폐가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다.

위폐의 심각성이 대두된 것은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한 은행에서 100달러짜리 위폐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부터다.

화폐인쇄 전문가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진짜와 가짜의 구별이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뛰어나다(?) 해서 '슈퍼노트(Super Note)'란 이름을 붙였으까 싶다.

국제경찰인 인터폴의 적극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슈퍼노트의 유통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대단한 위험을 알리는 '주황색 경보'가 오래전 발령된 상태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달러화 위조 실태 보고서'를 보면,전 세계에서 유통 중인 100달러 지폐 일곱 장 가운데 한 장이 가짜라고 하니 특히 외국인들에겐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다.

마침내 미국 조폐청은 100달러 지폐를 새로 만들고 있다고 최근 AP통신이 보도했다.

새 지폐에는 65만개의 소형 렌즈가 달린 특수 프린터로만 인쇄할 수 있는 아주 미세한 문자와 숫자가 박힐 것으로 알려졌는데,가히 하이테크로 무장한 마법인쇄라 할 만하다.

60년 만에 모습이 바뀌는 이 신권은 내년 말께부터 유통될 것이라고 한다.

미 통화당국은 위폐방지를 위해 각종 화폐 디자인을 바꾸어 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20달러,50달러,10달러의 지폐들이 차례로 선보였고, 오는 9월 중에는 5달러짜리 화폐가 새로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만원권의 위폐가 종종 발견되곤 한다.

앞으로 10만원권의 고액권도 발행될 예정인데 위폐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