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CEO 포럼에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정부가 독과점(獨寡占) 문제를 글로벌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목을 끈다.

그는 "한 국가 내의 독점은 의미가 없다"며 "우리 기업들은 이미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 시장을 하나로 보고 투자 영업 등의 결정을 내린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규제가 국내시장 점유율에 얽매여 글로벌 경쟁 특성이 무시됨으로써 경쟁력 강화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당연한 얘기다.

요즘 세계 산업계의 큰 흐름은 대형화다.

어느 업종 할 것없이 인수·합병(M&A)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와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그런데도 우리 독과점 룰은 경쟁력있는 기업까지 몸집 키우는 것을 가로막는데 급급한 실정이고 보면 이만저만 잘못된 것이 아니다.

국내시장만의 점유율 기준이 글로벌 경쟁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당장 철강뿐 아니라 자동차 석유화학 등 글로벌 과당경쟁이 빚어지고 있는 산업의 구조조정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이들 산업의 경우 M&A를 통한 대형화가 절실한데도 시대에 뒤떨어진 독과점 논리가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 독과점 룰인 '시장점유율 기준 1개사 50%,3개사 합계 75%'기준이라면 국내 업체간 M&A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규제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이후 당면과제인 금융회사 대형화를 위한 M&A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우물안 개구리식 독과점 규제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잠식(蠶食)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독과점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한 독과점 그 자체보다는 시장지배적 지위가 남용되고 있는지,그로 인해 소비자 후생에 피해가 있는지를 감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출자총액제한 등 규제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공정위의 재벌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시장의 국경은 사라졌고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격화되고 있는데 경제력집중을 따지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경쟁촉진은커녕 투자와 기업확장을 가로막는 근시안적인 규제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의 생존마저 어려워진다.

공정위는 국제환경변화에 부응하는 공정법의 근본적 개편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