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은 이날 4차 대면협상을 앞두고 탈레반이 이슬람 최대 명절인 라마단(금식월) 전에 인질을 석방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이 몸값 흥정에 나섰다는 소식도 날아들었다.

일부 외신은 며칠 전부터 탈레반이 인질 1인당 10만달러를 요구했다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타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함구로 일관해왔고,인질 전원을 석방키로 합의한 이날도 몸값 지불에 대해서는 "노(No)"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몸값 요구가 구체적으로 보도되면서 협상이 급진전됐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탈레반 측에 몸값을 지불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아프간에서 피랍된 외국인이 석방될 때마다 비밀리에 몸값이 지불됐으나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사례가 있다.

많게는 1인당 수백만달러를 지불한 인질 석방 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0월 탈레반의 이탈리아인 사진기자 가브리엘레 토르셀로 납치건.석방조건은 200만달러가량의 몸값이었다.

지난 4월 납치했던 프랑스인 여성 구호요원을 석방한 사례도 있었는데 명분은 "여성이기 때문에 석방한다"는 것이었지만 뒷거래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탈레반은 아니나 인질에 대한 몸값 지불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지의 질 캐럴 기자가 이라크에서 납치된 지 20여일이 지났을 때 미군 당국은 테러 등의 혐의로 억류됐던 이라크인 400여명을 석방한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미 언론에서는 100만달러 정도의 몸값이 전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탈레반은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이후 줄곧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무튼 우리 정부가 인질 석방의 돌파구로 금전거래를 했을 경우 향후 몸값을 노린 다른 한국인 납치를 더욱 부추길 수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