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정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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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榮 順 < 송파구청장 youngk7@chol.com >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의 동갑내기 운전기사 정홍씨가 자서전을 냈다는 기사를 읽었다.
25세였던 정씨는 당시 상무였던 재벌 2세 김 회장의 전담기사로 발탁되었고 40년 넘게 오직 한 사람,김 회장을 위해 핸들을 잡고 있다.
그에게 김 회장과의 관계를 묻자 자신있게 '우정'이라고 대답했다 한다.
지방 사업소에 들렀을 때 운전기사 정씨가 묵을 방이 너무 허름한 것을 본 김 회장은 다른 방으로 바꿔줄 것을 주문하면서 정 방이 없다면 당신의 방과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는 일화나,같은 해에 환갑을 맞은 김 회장이 자신의 해외여행에 맞춰 정 기사의 환갑여행을 준비해 주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모처럼 가슴이 따뜻해졌다.
김 회장은 정씨에게 "다음 세상에선 꼭 친구로 만납시다" 하고 다짐하곤 했다는데 이미 정씨는 알고 있었다.
김 회장과 정씨의 관계는 분명 우정이라는 걸.
이들의 사연은 내게 세계적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글을 알고 자전거 한 대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네루다의 우편물만을 배달하게 된 우체부 청년 마리오의 우정을 그린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를 떠올리게 했다.
순진무구한 청년 마리오는 네루다 시인의 연애시를 통째로 외운 덕분에 아름다운 아내를 얻게 되고,그들의 결혼식날 네루다는 파리대사로 임명되어 마리오를 떠난다.
그리움으로 몸살을 앓던 마리오는 네루다가 보내온 편지와 녹음기를 받고,"오랫동안 공허하기만 했던 풍경이 꽉 차오름을 느낀다.
이제야 숨을 깊이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백한다.
네루다가 보낸 녹음기로 마리오는 그와 함께 했던 바다의 움직임을 빠짐없이 녹음한다.
갈매기가 내리꽂히며 정어리 떼를 쏘아대는 소리,바람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쿠데타 한가운데서 목숨을 걸고 네루다를 만나러 온 마리오에게 네루다는 말한다.
"난 자네의 둘도 없는 친구이고 뚜쟁이야." 마리오는 네루다를 찬양한 시를 썼다는 이유로 체포됨으로써 두 사람의 바닷빛 우정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대기업 회장과 동갑내기 운전기사 정씨.저명한 시인 네루다와 무지랭이 청년 마리오.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의 진솔한 우정 앞에 우리는 더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진다.
그래,이런 우정,이런 인생을 닮고 싶은 이 저녁엔 두 눈 꼬옥 감고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나지막히 소리 내어 암송해보자.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채 갈아 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는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적어도 좋다."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의 동갑내기 운전기사 정홍씨가 자서전을 냈다는 기사를 읽었다.
25세였던 정씨는 당시 상무였던 재벌 2세 김 회장의 전담기사로 발탁되었고 40년 넘게 오직 한 사람,김 회장을 위해 핸들을 잡고 있다.
그에게 김 회장과의 관계를 묻자 자신있게 '우정'이라고 대답했다 한다.
지방 사업소에 들렀을 때 운전기사 정씨가 묵을 방이 너무 허름한 것을 본 김 회장은 다른 방으로 바꿔줄 것을 주문하면서 정 방이 없다면 당신의 방과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는 일화나,같은 해에 환갑을 맞은 김 회장이 자신의 해외여행에 맞춰 정 기사의 환갑여행을 준비해 주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모처럼 가슴이 따뜻해졌다.
김 회장은 정씨에게 "다음 세상에선 꼭 친구로 만납시다" 하고 다짐하곤 했다는데 이미 정씨는 알고 있었다.
김 회장과 정씨의 관계는 분명 우정이라는 걸.
이들의 사연은 내게 세계적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글을 알고 자전거 한 대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네루다의 우편물만을 배달하게 된 우체부 청년 마리오의 우정을 그린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를 떠올리게 했다.
순진무구한 청년 마리오는 네루다 시인의 연애시를 통째로 외운 덕분에 아름다운 아내를 얻게 되고,그들의 결혼식날 네루다는 파리대사로 임명되어 마리오를 떠난다.
그리움으로 몸살을 앓던 마리오는 네루다가 보내온 편지와 녹음기를 받고,"오랫동안 공허하기만 했던 풍경이 꽉 차오름을 느낀다.
이제야 숨을 깊이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백한다.
네루다가 보낸 녹음기로 마리오는 그와 함께 했던 바다의 움직임을 빠짐없이 녹음한다.
갈매기가 내리꽂히며 정어리 떼를 쏘아대는 소리,바람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쿠데타 한가운데서 목숨을 걸고 네루다를 만나러 온 마리오에게 네루다는 말한다.
"난 자네의 둘도 없는 친구이고 뚜쟁이야." 마리오는 네루다를 찬양한 시를 썼다는 이유로 체포됨으로써 두 사람의 바닷빛 우정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대기업 회장과 동갑내기 운전기사 정씨.저명한 시인 네루다와 무지랭이 청년 마리오.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의 진솔한 우정 앞에 우리는 더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진다.
그래,이런 우정,이런 인생을 닮고 싶은 이 저녁엔 두 눈 꼬옥 감고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나지막히 소리 내어 암송해보자.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채 갈아 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는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적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