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ㆍ중동ㆍ유럽 등 집중 공략…실적 4년새 4.4배 '스파크'

1967년 설립된 일진금속공업을 모태로 한 일진전기는 15개 계열사로 구성된 일진그룹의 모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공업용 다이아몬드업체인 일진다이아몬드보다 이름이 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그래서 '베일에 싸인' 기업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주력 생산품목이 전선,통신케이블,변압기,차단기,배전반 등 일반인에게 생소한 전기인프라 분야인 데다 불과 5년 전까지 연간 매출액도 1000억원대에 불과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진전기의 매출액 추이 그래프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2년 1528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03년 1952억원 △2004년 3897억원 △2005년 4746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6785억원으로 늘었다.

4년간 4.4배가 증가한 것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8000억원.

상반기 중 이미 3737억원을 달성했다.

일진전기는 2000년 전선업체 일진전선을 합병한 데 이어 2003년에는 알루미늄새시업체 ㈜일진을,지난 1일에는 변압기 등을 생산하는 일진중공업을 흡수 합병해 국내 1위 종합중전기기업체로 거듭났다.

외부에서 보면 합병을 통해 덩치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매출 규모가 커진 게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진용 일진전기 사장은 이에 대해 "일진전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일진전선과 ㈜일진을 합병한 효과는 4000억원까지였습니다.

그 이후 매출액 상승은 그동안 '관납' 위주였던 일진전기의 체질을 '수출' 위주로 확 바꾼 결과지요."

실제 2002년까지 일진전기는 한국전력과 KT 등 공공기관에 대한 매출이 45%를 차지했을 정도로 정적인 사업구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높았던 일진전선과 ㈜일진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일진전기는 대대적인 내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사업성이 떨어진 주조·신소재 분야는 매각하고 전기 전선 통신 금속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핵심 사업을 남기고 난 뒤에는 '잘 파는 일'에 집중했다.

최 사장은 2005년 1월 부임과 동시에 모든 직원이 오전 7시 출근해 영어·중국어 강좌를 듣도록 강제했다.

공격적인 해외 영업을 위한 밑그림 작업이었다.

또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두바이 등 새로운 인프라가 구축되는 지역을 골라 집중적으로 마케팅활동을 펼쳤다.

성과는 곧 나타났다.

2004년 650억원(총 매출액의 17%)에 머물러 있던 수출액은 2005년 1800억원(38%),지난해 3000억원(45%)으로 고속 성장세를 나타냈다.

미국 유럽업체보다 가격이 싸고 중국업체들이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하는 초고압케이블과 초고압대용량변압기 등을 주로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1억불 수출탑'을 받았고 올해는 '3억불 수출탑' 수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 사장은 "정체된 국내 시장과 달리 동남아시아와 중동에는 신규 수요가,미국 유럽 등에는 교체 수요가 풍부하다는 점을 노렸다"며 "지금 국내 전선업계가 불황이라고 아우성이긴 하지만 우리는 호황"이라고 설명했다.

일진전기는 이같이 급증하는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해 50억원을 투입해 수원 전선공장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또 내달 초에는 베트남 하노이의 전력케이블 생산공장을 인수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중·저압케이블을 수출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중동·유럽과 미주지역을 겨냥해 2개 이상의 현지 생산법인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라고 그는 밝혔다.

일진전기는 이처럼 덩치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시장 일각에서 '내실을 갖추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최 사장은 이에 대해 "'성장통'을 겪을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2004년 1%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3%로 늘었고 올해는 5%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초고압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사업 위주로 회사 구조를 전환해 이전과 '체질'이 달라졌다는 것.

특히 최근 1년 사이 새롭게 진출한 RFID(전자태그),조명,매연저감장치 사업 등 7개 신규사업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주력사업에서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되,이외 영역에서는 기존 기술을 사들여 신속하게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우선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사장은 "짧게는 3년,길게는 5년까지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지 못할 신규사업은 시작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7개 신규 사업에서 올해 1400억원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사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매연저감장치 350억원 등 총 600억원 규모였다.

일진전기는 이들 사업 중 RFID와 조명사업이 앞으로 일진전기의 '주요 먹거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FID 사업은 방수태그·온도센서태그 등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성장성이 높은 분야입니다.

조명부문 역시 형광등 위주의 조명기기 시장이 LED와 무전극램프 등 기능성과 인테리어성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세계적인 추세가 바뀌고 있어 교체수요가 많습니다." 두 사업은 동박생산과 전기인프라 구축 등 그룹의 기존 사업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최 사장은 분석했다.

최 사장은 "수출확대와 신규사업 진출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1조원 매출을,2010년에는 1조3000억원에 영업이익 네 자릿수(1000억원 이상)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글=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