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가 주도하고 있는 '당 화합 프로그램'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측 핵심 인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불참함으로써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이·박 양측이 워낙 격렬하게 맞붙었던 점을 상기할 때 아직은 화합을 도모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 당 지도부가 경선 이후 최대의 화합이벤트로 기획한 30~31일 국회의원·당원협의회위원장 연찬회는 이변이 없는 한 '반쪽 행사'에 그칠 전망이다.

화합의 주역이 돼야할 박 전 대표는 물론이고 그의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핵심의원 10여명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불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전체 참석대상자 250여명 가운데 29일 현재 참석의사를 밝혀온 인원은 206명에 그치고 있다고 당 사무처는 밝혔다.

여기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이날 개최될 예정이어서 불참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합 행사가 반쪽짜리로 전락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9일 이 후보와 당 상임고문단 간 오찬회동에서도 박 전 대표 측 고문들이 모두 불참했다.

박 후보 측이 집단 보이콧을 통해 '무언의 항의'를 하고 있는 모양새로 읽힌다.

한편 이번 연찬회는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호텔에서 개최된다.

형식과 절차를 줄이고 참석자들이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첫날에는 지도부의 인사말과 당무보고에 이어 외부인사 특강 정도만 들은 뒤 반주를 곁들인 '화합의 만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음 날에는 지리산 노고단을 함께 오르는 일정이 잡혀있다.

이 후보도 참석자들과 함께 1박을 하면서 모든 일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는 특히 만찬시간을 통해 경선 기간 일어났던 모든 일을 잊고 자신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 정권을 찾아오자고 강조할 것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