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금융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표현은 '적극 검토'지만 그동안 밝혀온 신중론을 180도 바꾼 것이다.

사실상 추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 부행장은 29일 신라호텔에서 가진 '외국인투자기업 초청세미나'에서 "현재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발전,은행과 보험 등의 복합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지주회사 체제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계에선 김 부행장의 이런 발언이 사실상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묘한 시기에 입장 급선회 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그간 뚜렷한 명분 없이 지주회사 전환 문제에 소극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강 행장은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지주회사 전환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 4월 말에 열린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도 "아직은 은행의 비중이 굉장히 커서 지주회사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을 두고 생각할 문제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강 행장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김 부행장이 차기 행장 선임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완전히 달라진 입장을 내놨다.

"소비자들의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자회사 시너지를 극대화하며,규모가 큰 매물을 인수하려면 지주회사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연임에 도전하는 강 행장이 국민은행의 청사진을 새롭게 제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금까지 내실 위주로 경영해 왔다면,앞으론(연임에 성공한다면) 좀더 공격적인 경영을 시도하겠다는 공약이라는 얘기다.

특히 "현 체제로는 M&A,해외 진출 등에 5조원 정도를 쓸 수 있지만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18조원을 쓸 수 있다"고 강조한 김 부행장의 발언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국민은행은 일단 공식적으론 "이사회가 올 연말까지 지주회사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그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주회사 전환이 가져다 줄 손익을 분석했으며 그 결과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시기와 관련,국민은행 실무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하고 난 후 이르면 1년 내 지주회사 체제가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연말께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다면 내년 말께 전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자본시장통합법이 2009년 1월부터 시행되는 것과 맞물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일정으로 분석된다.

김 부행장은 증권 자회사와 관련,"증권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조만간 증권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운용과 카드에 대해선 "자산운용은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M&A를 통해 규모를 키울 것"이라며 "카드부문은 분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