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29일 당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 정국현안과 남북정상회담 등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이날 자리는 '외연확대'를 위해 충청·호남권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이 후보와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려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김 전 대통령의 '만남'이라는 측면에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후보는 최근 범여권 경선과정에 적극적인 '개입' 의사를 보이고 있는 DJ의 심경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호남 민심에 대한 '구애'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연확대 본격화

이 후보 측은 이날 DJ와 가진 대화에 상당한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지역과 계층, 이념의 경계뿐 아니라 기존 정당의 틀마저 허물면서 외연을 확대하는 밑그림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후보 측은 당 선대위와 별도로 거물급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범정치국민연합'(가칭)을 9월 중 발족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범정치국민연합'은 원로 정치·경제학자들을 대거 참여시키는 한편 호남·충청권 제 정치세력과 연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선 승리를 위한 광범위한 '대연대'로 지향점은 '국민정당론', '국민후보론'이다.

현재 영입 후보군에 오른 거물급 인사로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등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28일 김진홍 뉴라이트 전국연합의장을 만나 시민사회 세력과 연대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모임의 이석연 대표 영입도 거론된다.

일부 진보성향 단체도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지 않다.

이 후보의 복심인 정두언 의원은 "이 후보 자체가 전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외연확대 조건은 충분하다"며 "한나라당이 '지역당'을 넘어 '국민정당'으로 가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두환 버시바우 예방

이 후보는 이에 앞서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같은 집에서 싸우면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도 들춰져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 쪽 사람들이 밉더라도 껴안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이날 탈레반에 납치된 19명의 한국인 피랍자 석방과 관련해 전 전 대통령은 "내가 인질되고 풀어줄 수 없나 고민했다"며 "나는 특수훈련을 받아서 거기서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와도 만났다.

버시바우 대사가 '대통합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이 후보는 "미국을 보니까 오바마가 힐러리를 공격하던데 한국은 남자가 여자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박 전대표 측과의 갈등설을 일축했다.

이에 버시바우 대사가 웃으면서 "어느 쪽(남자와 여자)이 더 우등한지는 모르겠지만 차이가 있다"고 말했고,이 후보는 "다행히 상대당(민주신당)이 지금 후보를 뽑고 있다.

그동안 우리(이 후보와 박 전대표)가 서로 다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