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루를 푼 물에 다리를 담그고 얼굴에 금(金)시트 팩을 한다.

이유인즉 피부가 놀랍도록 탱탱하고 환해진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너무 좋아요.

한번 해보면 안할 수가 없어요"라는 소감으로 끝났다.

얼마 전 공중파TV에서 방송된 내용이다.

실제론 온몸을 담그고 금가루젤 마사지도 한다고 한다.

'골드 테라피'의 효능을 주장하는 이들의 얘기는 이렇다.

"금이 지닌 미세한 전류가 영양성분을 피부 속 깊이 전달시키고 항산화작용과 이온작용을 해 혈액순환 촉진 및 노화방지에 효과적이다." 금의 기운이 몸(얼굴)에 스며들어 스트레스로 찌들고 거칠어진 피부를 맑고 화사하게 해준다는 설명도 있다.

금이 몸에 좋다는 말이 돌면서 언제부터인가 여기저기서 금을 먹고 마시고 바르고 입는다.

금가루술이 유행하고 생선회에 금가루를 얹어먹더니 금비누와 금화장품이 쏟아졌다.

최근엔 '나노'가 곁들여져 금나노칫솔에 금나노내의까지 등장했다.

금(金) 마케팅의 근거는 간단하다.

금에 진정 및 해독,염증 완화 작용이 있다는 정도다.

금에다 '나노'기술을 더해 입기만 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면역력은 강화되며 관절염 통증 제거는 물론 전자파 차단도 된다던 금나노 팬티의 효능이 과장이라는 공정위 판결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번쯤 솔깃해 할 만한 기능과 효력은 몽땅 갖다 붙였던 셈이다.

식용 금가루에 대한 관계당국의 해명은 '금박의 건강 기능은 장담할 수 없다.

주류와 과자의 착색용(장식용)으로 허용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금화장품 역시 피부용으로 사용되려면 흡수력이 높아야 하는데 번쩍거릴 정도의 크기라면 흡수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같은 맥락으로 보면 번쩍거리는 금시트 팩의 효용도 궁금할 수밖에 없다.

특별한 효능을 입증할 수 없는 팬티를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하고 판매할 수 있는 건 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풍토와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

금이 아무리 좋아도 정말 효력이 있는지,자기 체질에 맞는지 제대로 살필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