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9일 밝힌 조직개편안은 한마디로 '정보통신총괄(휴대폰) 대수술'이라 할 수 있다.

조직의 규모는 반도체총괄에 맞먹지만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성장정체를 겪고 있는 휴대폰 사업을 강화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은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의 경영 방침을 최적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 기획업무를 통합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고객중심형 제품 개발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바꿨다는 점에서다.

업계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이 재도약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최지성'식 경영에 최적화된 조직으로 개편

이번 정보통신총괄 조직개편의 핵심은 △기획·마케팅팀 통합 △선행개발팀·개발관리팀 신설 △구매팀을 무선사업부장 직속으로 배치 등 세 가지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시장공략을 강조하는 최 사장의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정보통신총괄 무선사업부 내 기획팀,마케팅팀,디자인팀을 '전략마케팅팀'으로 통합해 최창수 부사장이 이끌도록 했다.

3개 팀을 하나로 합쳐 상품기획 및 마케팅 등에 관한 의사결정의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서다.

무선사업부 산하 개발부문을 해외 각 시장에 맞는 지역밀착형 체제로 재편하고,선행개발팀과 개발관리팀을 신설키로 한 것도 눈에 띈다.

이들 두 팀은 해외 각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한 발 앞서 예측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을 맡게된다. 삼성전자가 노키아를 따라잡기 위해 앞으로 저가폰과 프리미엄폰 등 지역별 맞춤형 제품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또 정보통신총괄 제조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3개 제조팀과 글로벌 운영팀을 통합하고 구매팀을 무선사업부장 직속으로 격상시켜 본사 구매전략팀장인 강병수 전무가 맡도록 했다.

휴대폰 영익이익률 하락의 원인이 됐던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사업분리 등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됐던 네트워크사업부는 조직을 단순화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디지털미디어총괄 등 미세조정

정보통신총괄과 함께 발표된 나머지 총괄 조직개편은 '소폭'에 그쳤다.

지난달 13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완료했던 반도체총괄의 경우 반도체연구소 산하 공정개발팀들을 하나로 통합키로 했다.

공정개발팀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차세대 나노공정 등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90나노 공정을 80나노 공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반도체 라인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정개발팀을 하나로 합친 것으로 풀이된다.

DM총괄에서는 VD사업부의 디지털TV 선행개발TF(태스크포스)가 개발팀으로 이관됐다.

LCD TV 기술개발 업무를 강화해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또 생활가전사업부의 경우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5개 제품별로 따로 운영해왔던 개발팀을 하나로 통합,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인사이동 등 향후 전망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정보통신총괄 일부 임원의 보직을 변경했을 뿐 별다른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최 사장이 겸직하고 있던 무선사업부장에는 당초 부사장급이 임명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일단 내년 1월 정기인사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그러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단행된 만큼 후임 인사이동 폭도 클 것이란 게 삼성전자 안팎의 전망이다.

특히 각 사업총괄의 핵심 사업부장(사장급)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반도체총괄에서는 황창규 총괄사장이 겸직하고 있는 메모리사업부장에 조수인 부사장이 임명된 상태다.

이와 관련,정보통신총괄 내 무선사업부장에는 DM총괄에서 일부 인사가 옮겨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총괄 내 프린터사업부장의 경우 DM총괄 내 승진 인사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명/김태훈 기자 chihiro@hankyung.com